승려와 수수께끼/랜디 코미사 지음/이콘 펴냄/248쪽/1만5000원

"달걀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 달걀을 1m 정도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면 안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1992년 한 미국인은 미얀마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만난 젊은 스님을 포파 산사까지 데려다 준다. 그런데 이 스님은 포파 산사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을 처음 만났던 그 곳으로 다시 데려다 달라고 요청한다. 당황해 하는 미국인에게 스님은 위의 선문답 같은 질문을 남기고 떠난다. 미국인은 이 스님의 말을 자신이 사업을 하면서 풀어야 할 질문으로 삼았다. '실리콘밸리의 철학자'로 불리는 벤처투자가 랜디 코미사의 이야기다.

독특한 경험담을 통해서도 알 수 있겠지만 그는 창업을 통해 성공하는 법이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현재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창업의 진정한 의미와 실체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단순히 성공과 돈을 목표로 창업을 시작하면 위기가 닥쳐왔을 때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창업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목표와 의미가 같지 않다면, 현재의 일을 수단으로 밖에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를 이룬 애플은 대표적이다. 애플의 구성원들은 컴퓨터를 파는 것 보다는 자신들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기업 내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가치와 공감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랜디 코미사는 '온라인 장례업체'를 탄생시키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는 한 젊은 청년의 사업과정을 통해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창업의 진짜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는 처음 '온라인 장례'라는 아이템으로 사업 투자를 받으려고 했던 레니라는 젊은 청년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업계획에 대한 준비와 태도가 엉성했고 장황했기 때문이다. 코미사는 심지어 "장황하게 설명하지 말고 결론만 말하라"며 청년을 몰아세우기 까지 했다.

그러면서 그는 벤처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으려면 정확한 시장조사와 상품 분석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사업계획에 대한 분석과 철저한 조사 없이는 창업 아이템의 가능성에 대해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창업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열정도 필요하지만 현실은 열정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산이 허다하다. 레니는 코미사의 지적을 받아들여 사업 방향을 바꾼다. 장례관이나 꽃 등을 판매하려고 했던 처음 계획과는 달리 유산 정리, 시한부 환자 돌봄 서비스 등으로 아이템을 전환한다. 온라인 장례 사업을 위한 수입 모델 등도 구체적으로 정리해 코미사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이 책은 다른 창업 관련 서적과는 사뭇 다르다. 창업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제목부터 창업에 필요한 요소를 전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전해주면서 그 사이 사이 빈 공간에서 독자들이 자신만의 창업에 대해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 마지막에는 저자가 미얀마에서 만났던 스님의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도 내놓는다. 달걀을 1m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지 않는 방법은 1.5m 높이에서 달걀을 떨어뜨리면 된다고 말한다. 현재 놓여진 상황에 갇혀서만 사고하지 말고 새로운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송은 기자 running@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