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이 일감 몰아주기 수혜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운업을 대폭 확장하고 나섰다. 내달 14일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이 시행됨에 따라 현대차그룹에서 받아오던 물량을 당장 줄여야하기 때문인데, 회사측은 해운업 확장을 통해 이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26일 금융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1.88%, 정몽구 회장이 11.5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오너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자회사에 물류 일감을 몰아줘 대주주를 지원했다는 지적이 그간 끊이지 않았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3분기 실적결과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요 매출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다. 3분기 누적 총 매출액(연결기준) 중 현대차와 기아차 매출이 각각 40.55%, 24.32%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제철 등 다른 계열사 물량까지 포함하면 70%를 넘어선다. 더욱이 현대차와 기아차가 유코카캐리어스라는 차량 물류회사로부터 공급물량을 줄이자, 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더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글로비스는 그룹사 물량 편중현상을 벗어나기 위해 최근 해운업 확장에 본격 나서고 있다. 특히 회사는 원목, 시멘트, 철광석, 곡류 등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부문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벌크는 매출을 올리기 쉬운데다 타 회사 물량을 조금만 담당해도 내부거래비중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일감몰아주기는 피하고, 매출 감소 우려도 해결할 수 있다는 복안인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글로비스의 해운사업 확장에 대해 자체물량이 없는 독립선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립선사는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글로비스처럼 그룹사 물량이 없이 해운업만 영위하는 선사를 일컫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그룹 물량으로 커온 글로비스가 육상 운송, 카 캐리어, 벌크와 해상 부문까지 다 차지하게 되면 해운업 가격이 내리고, 기존 해운업계는 수익감소 등 경영악화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비스는 현대상선이 담당해 온 현대오일뱅크 물량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현대오일뱅크와 10년 장기수송계약(CVC)을 토대로 그룹사의 선박투자운영사를 통해 32만DWT급 VLCC(초대형유조선) 4척을 현대삼호중공업에 발주, 벌커 유조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등 사실상 해운 전 사업부문에 진출해 있다.

여기에 김경배 글로비스 사장이 지난해 3자 물류사업을 키워 해상운송 매출을 현재 보다 4배 늘리겠다고 공언, 가뜩이나 불황인 해운시장에서 고전하는 독립선사들을 한층 긴장시키고 있다.

정유진기자 y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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