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의 하나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CCTV가 저화질의 무늬만 제품인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높다. CCTV는 방범과 재난재해는 물론 주차관리, 쓰레기 단속 등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그 역할이 커지며 빠르게 보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지자체에서 구축해 운영되고 있는 CCTV를 비롯 초중고 학교 CCTV, 교통감시 CCTV 등을 합치면 전국 CCTV 보급대수는 최소 420만대 이상이다. 여기에 은행을 비롯한 개별 기관과 기업, 자영업의 사설 CCTV까지 합치면 10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CTV 인프라 구축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CCTV가 지나친 개인정보 침해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역시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엉터리 CCTV에 대한 폐해도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방범용 CCTV는 6만4500여대에 달하고 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움직이는 물체의 정확한 식별이 어려운 40만 화소 이하의 저화질 제품이라는 점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범죄에 대한 증거 확보는 물론이고 조밀한 CCTV 설치망이 범죄 예방 기능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번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교통 통제와 감시와 관련된 교통감시 CCTV의 경우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면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본지가 취재한 강남대로 4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예는 이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주고 있다. 접촉사고 후 뺑소니를 친 사건으로 사고 현장은 물론 뺑소니 도주로 주변에 설치된 CCTV가 모두 저화질로 식별이 어렵거나, 아예 작동이 안되는 먹통 CCTV였다.

이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사회적 논란이 일었던 경기도내 학교CCTV 문제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도의회가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행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도내 2257개 초ㆍ중ㆍ고교에 설치한 CCTV의 90% 이상이 저화질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전체 2만5700여대의 설치 CCTV 가운데 2만4000여대가 10만 화소 이하의 저화질 CCTV로 나타났다.

학교CCTV는 학교내 폭력과 도난, 화재 등의 예방과 사고 해결을 위한 순기능이 적지 않지만, 이같은 저화질 CCTV로는 전시효과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CCTV가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논란은 또 다른 측면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사안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면 된다. 아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CCTV 설치는 국민의 혈세 낭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 등 공공 CCTV라도 저화질 문제를 시정해 나가야 한다. 단순히 예산이 없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얼마나 많은 먹통 CCTV가 깔려 있는지, 실제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낮은 화소의 저화질 CCTV 규모는 얼마나 되는 지 정확히 확인해, 이에 따른 예산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지자체를 관장하고 있는 안전행정부와 교통과 방범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청 등 책임있는 기관이 의지를 보여야 한다. 몇몇 고도화된 CCTV 설치 사례와 통합관제시스템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안전망의 하나로 CCTV의 유용성을 높이는 길이고, 불필요한 세금 낭비를 줄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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