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법으로 무제한 공유 허용… 개선 권고에도 꿈쩍안해
금융기관이 고객정보 보호를 제대로 하는지 관리ㆍ감독해야 하는 금융위원회가 되레 법률로 금융기관의 '고객정보 유용'을 사실상 도와줘 논란이 예상된다.
14일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이 그룹 내 계열사끼리 '영업'을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아무런 제한없이 공유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2002년에 마련된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은 금융거래 내용,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성별, 국적, 증권 예탁금, 대출 보증, 담보제공, 당좌예금, 신용카드 할부금융, 개인 채무와 소득 총액, 납세실적 등 제공할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국내 12개 금융지주그룹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1217회에 걸쳐 약 40억건의 고객정보를 그룹 내 회사에게 제공했다. 제공 고객정보 중 67%인 27억건은 위험관리, 고객분석, 영업점평가, 고객등급산정, 우수고객관리 등 그룹 내 경영관리 목적으로 사용됐지만, 33%인 13억건은 고객 본인이 직접 가입하지 않은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가 보험텔레마케팅, 신용대출상품판매 등 영업(마케팅) 목적으로 이용했다. 2002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때부터 정보공유가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적 정보유용건수는 천문학적인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등 일반법은 물론 신용정보보호법과도 상충한다.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대표변호사는 "지주회사는 경영상 편의를 위해 지주사와 자회사로 분리 운영되고 있을 뿐 서로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회사간 고객정보를 함부로 공유하고 활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나 국민 정서 모두에 반한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측은 "당시 법 개정은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된 것으로, 제48조의2 역시 정보공유를 통한 영업편의성 도모를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마련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지주사와 자회사의 정보 공유는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따른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조항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금융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금융거래정보 및 개인신용정보를 그룹 내 회사끼리 제공ㆍ이용할 경우 고객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금융위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또 고객정보를 제공ㆍ이용한 후에는 정기적으로 고객에게 그 내역을 통지하도록 하는 제도도 함께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해당 조항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한화생명이 그룹사 고객정보를 유용해 전화마케팅을 했다가 이용자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도 금융당국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금융사 손을 들어줬다"면서 "금융위가 금융사들의 '입김'을 그대로 받아들여 국민보다 업계 이익을 챙겨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민은 가장 소중하고 민감하게 보호돼야 할 정보가 금융정보라고 생각하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금융정보를 금융기관의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다"면서 "인식 자체가 이용자보호가 아닌 금융기관 이권과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정하경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개인정보의 가치나 인식이 상당부분 변화한 만큼 민감한 신용정보 등을 지주회사가 공유할 때는 최소한 고객이 스스로 (정보 공유 유무를)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강화돼야 한다고 판단해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강은성ㆍ강진규기자 esther@
금융기관이 고객정보 보호를 제대로 하는지 관리ㆍ감독해야 하는 금융위원회가 되레 법률로 금융기관의 '고객정보 유용'을 사실상 도와줘 논란이 예상된다.
14일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이 그룹 내 계열사끼리 '영업'을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아무런 제한없이 공유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2002년에 마련된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은 금융거래 내용,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성별, 국적, 증권 예탁금, 대출 보증, 담보제공, 당좌예금, 신용카드 할부금융, 개인 채무와 소득 총액, 납세실적 등 제공할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국내 12개 금융지주그룹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1217회에 걸쳐 약 40억건의 고객정보를 그룹 내 회사에게 제공했다. 제공 고객정보 중 67%인 27억건은 위험관리, 고객분석, 영업점평가, 고객등급산정, 우수고객관리 등 그룹 내 경영관리 목적으로 사용됐지만, 33%인 13억건은 고객 본인이 직접 가입하지 않은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가 보험텔레마케팅, 신용대출상품판매 등 영업(마케팅) 목적으로 이용했다. 2002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때부터 정보공유가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적 정보유용건수는 천문학적인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측은 "당시 법 개정은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된 것으로, 제48조의2 역시 정보공유를 통한 영업편의성 도모를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마련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지주사와 자회사의 정보 공유는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따른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조항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금융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금융거래정보 및 개인신용정보를 그룹 내 회사끼리 제공ㆍ이용할 경우 고객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금융위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또 고객정보를 제공ㆍ이용한 후에는 정기적으로 고객에게 그 내역을 통지하도록 하는 제도도 함께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해당 조항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한화생명이 그룹사 고객정보를 유용해 전화마케팅을 했다가 이용자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도 금융당국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금융사 손을 들어줬다"면서 "금융위가 금융사들의 '입김'을 그대로 받아들여 국민보다 업계 이익을 챙겨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민은 가장 소중하고 민감하게 보호돼야 할 정보가 금융정보라고 생각하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금융정보를 금융기관의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다"면서 "인식 자체가 이용자보호가 아닌 금융기관 이권과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정하경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개인정보의 가치나 인식이 상당부분 변화한 만큼 민감한 신용정보 등을 지주회사가 공유할 때는 최소한 고객이 스스로 (정보 공유 유무를)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강화돼야 한다고 판단해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강은성ㆍ강진규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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