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장악한 한국 건설사들이 `승자의 저주`에 부딪쳤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가 수주로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으면서 아시아ㆍ남미ㆍ아프리카 등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국 건설사들은 지난 1990년대 중반 국내 건설 수요가 침체되면서 중동 진출에나섰다. 한국 기업들은 금세 중동에서 발전소 및 석유ㆍ가스 설비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마천루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는 삼성물산이 지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중동에서 유혈 입찰 경쟁을 계속하면서 작년 4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업 위험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GS건설은 작년 세전 경상이익을 2천억 원으로 예측한 지 두 달 만에 1분기 3천860억 원의 손실을 냈고 이후 그해 전망치는 9천60억 원 손실로 바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1∼3분기 세전 손실이 1조 1천억 원에 달했다. 다른 주요 건설사는 흑자를 유지했지만 그럼에도 작년 대다수 업체의 주가는 내려갔다. 이는 투자자들이 중동발 추가 악재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FT는 풀이했다.

애초 비용에 프리미엄을 얹어 입찰가를 내는 유럽 건설사와 달리 한국 기업들은 `총액 합산` 방식으로 입찰가를 대폭 낮추는 전략을 써왔다.

이런 저가 수주는 공기를 단축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면 수익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타격이 크다. FT는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 송유관 공사(GS건설)와 사우디아라비아 철강 프로젝트(삼성엔지니어링)를 저가 수주의 주요 문제 사례로 꼽았다.

HSBC의 브라이언 조 애널리스트는 작년 1∼10월 한국 건설사들의 수주 물량 중 41%가 중동에서 나왔다면서 앞으로 수년 내로 이 비율이 30%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국 건설업계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등 신시장 개척에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림산업은 `중동 위주 사업모델의 다변화`를 선언하고 브루나이ㆍ베트남에서 공사를 수주하고 13년 만에 말레이시아 플랜트 사업에 복귀했다. 삼성물산은 몽골에서 국제공항을 건설하고 있고 호주에서도 첫 수주를 성사시켜철광석 처리 공장 및 관련 설비를 지을 예정이다.

신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협력하는 사례도 늘었다. 두산중공업은 15억 달러어치의 베트남 발전소 공사를 수주하고자 미쓰비시와 손잡았고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에비료 공장을 지으려고 도요 엔지니어링과 한팀이 됐다.

그러나 한국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눈을 아예 돌렸다고 보긴 어렵다. 다른 신흥 시장보다 부유한 데다 경제 요충지들이 가깝게 모여 있어 사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와 남미에서 사업을 더 많이 하는 건 맞지만 중동은 포기 못 할 시장"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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