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창조경제 바람이 거세다.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말도 많고 모호한 개념이라며 폄훼도 하지만 한국 사회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국가적 패러다임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기존의 지식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융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누군가는 최소의 input으로 최대의 outcome을 얻어내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특히 기존 전통지식과 문화를 기반으로 단기적 투자와 전략적 노력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전통지식은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지식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그중에서도 현실적으로 확고한 영역을 점유하고 있는 분야가 한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지식 기술이며, 현대 과학기술과 ICT 와 문화예술과의 융합이 가능한 아이디어의 金脈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최고의 의서인 '동의보감'(허준), 당대 최대의 의학백과사전인 '의방유취'(김예몽 등), 한국한의학만의 독특한 이론을 체계화한 '동의수세보원'(이제마), 세종대왕의 의약제민(醫藥濟民) 사상이 깃든 '향약집성방'(유효통 등)등에 기록된 한의학은 전통지식의 '보물창고'다. 수록된 방대한 양의 처방과 치료법들이 현재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외에도 '임원경제지'나 '승정원일기' 등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고문헌에는 의학과 관련된 지식과 기술 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정신적ㆍ행위적ㆍ물질적 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의 찬란한 전통지식과 문화를 우리가 보유한 첨단 과학기술이나 ICT와 융합한다면 어느 분야 보다 강력한 국가 산업의 동력이 될 것이다.

실제로 한의학 분야의 지식과 다른 과학 기술과의 융합을 위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BT 기술과 융합하여 만성 난치성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한다든지, 고감도 센싱기술을 이용하여 오감을 활용하는 한의학적 진단을 객관화하고 정교한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직 질병상태는 아니지만 뭔가 불편함을 느끼는 단계인 미병(未病)의 개념과 최근 유행하는 빅 데이터 분석기술, 그리고 ICT 기술을 융합하면 국가적 질병예방 및 관리서비스가 가능해져 국가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광기술, 초음파, 자기장, 플리스마 등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시킨 침, 뜸기기를 개발한다면 기존의 부담스런 통증이나 화상과 같은 약점을 극복할 수 있고 동시에 치료방식이 객관화 정량화되어 한의학의 과학적 치료가 가능해진다.

문화산업으로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의전통지식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문화를 ICT 및 다양한 문화산업 관련 기술과 융합한다면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문화 산업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문화 산업화는 그 자체로도 산업적 의미가 있지만 한의학이 단순히 국내 시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진출하는 데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해 줄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드라마 대장금이 전 세계에 한류 붐을 일으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음을 생각해 보면 그 파급력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미 2012년에 '중의약 문화 건설 12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중의약 문화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중의약 문화의 부흥과 확산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이라도 우리 문화의 보고인 한의지식문화를 활용한 문화 산업화에 나서 봄직한 대목이다.

우리의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의학 전통지식이 다양한 수요자 중심 서비스로 구현되고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다면 1차 산업(한약재배), 2차 산업(의약품, 의료기기, 기능성 식품, 생활용품 등 제조업), 3차 산업(한의의료서비스)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시너지가 발휘되면서 새로운 산업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는데, 지나간 과거로부터 미래의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이를 지식경제시대에 적절한 언명이라고 한다면, 창조경제시대에는 과거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대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온고창신'(溫故創新)이어야 할 것이다.

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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