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승계 정점 에버랜드 중심으로 재편
이부진'리조트ㆍ건설' 이서현 '패션' 가닥
철저한 성과주의로 전자계열'승진 잔치'

■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특징과 배경

2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곳은 삼성에버랜드였다. 이날 인사에서 삼성그룹 오너 관련한 인사는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이 유일했다. 이 제일모직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 담당 사장으로 승진 이동하면서 언니인 이부진 경영전략 담당 사장과 함께 에버랜드에서 한 배를 타게 됐다.

삼성에버랜드는 이 회장의 장남이면서 경영권 승계 1순위인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2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부진ㆍ이서현 두 자매는 삼성에버랜드의 8.37%의 지분을 똑같이 나눠 갖고 있다. 또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3%를 소유하는 등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삼성 경영 승계와 관련해 삼성에버랜드가 집중 조명을 받는 이유다.

리조트ㆍ건설에 이부진, 패션에 이서현 사장=이날 삼성 정기인사에서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이 모두 삼성에버랜드로 모이면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 경영권 승계의 핵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됐다.

이서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로 이동한 것은 지난 9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를 인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날 삼성은 제일모직 윤주화 패션사업 총괄 대표이사 사장을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사장 겸 패션 부문장으로 이동시키는 인사도 단행했다. 이로써 삼성에버랜드는 기존 김봉영 대표와 윤주화 대표가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김봉영 대표는 리조트ㆍ건설 부문을, 윤주화 대표는 패션 부문을 총괄하게 된다. 리조트ㆍ건설 부문은 김봉영-이부진, 패션 부문은 윤주화-이서현 체계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승계 구도도 어느 정도 윤곽을 그리게 됐다.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줄곧 제일모직에서 패션ㆍ의류사업을 담당하던 이서현 사장은 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으로 옮기면서 삼성의 패션사업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에버랜드의 리조트ㆍ건설 부문 경영전략 담당 사장이면서 삼성물산의 고문으로 건설 분야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계속 확대하면서 삼성 그룹내 건설 사업 재편설이 꾸준히 재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내 건설을 '이부진 사장 몫'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부진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삼성그룹내 핵심 계열사로 급부상했던 삼성SDS에는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이 선임됐다. 지난 9월 삼성SDS가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SNS를 합병하면서 삼성SDS내 이 부회자의 지분은 8.8%에서 11.3%로 확대됐다. 삼성SDS는 상장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 계열 웃고 금융ㆍ건설 분야 울고=한편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총 사장 승진자 8명 가운데 6명이 전자 계열사에서 나왔다. 이는 이재용 후계구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이부진 이서연 형제간의 재산배분도 고려한 인사인 셈이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종호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휴대폰, TV 등 세트제조 담당 사장으로 그 역할을 넓혔다. 삼성전자 인사팀장인 원기찬 부사장과 재무팀장인 이선종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해 각각 삼성카드 대표이사,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실적이 좋지 않거나 사건사고가 발생했던 일부 금융ㆍ건설 부문 사장은 교체됐다.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이 물러난 것은 최근 보험왕 설계사의 탈세 비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의 퇴진은 예전 대표를 맡았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부진이 주요 배경으로 풀이된다. 대신 김창수 삼성화재 대표가 삼성생명 사장으로,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삼성물산 대표 겸 건설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번 인사는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성과주의 인사를 구현한 것으로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을 계열사로 전파하는 동시, 사업 재편과 신성장동력 확보 등 혁신을 선도할 인물을 중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강희종기자 m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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