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요금 현실화 추진으로 성장 기대감 증폭
설치투자비 회수만 10년… 경제성 확보 시급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등 육성정책 필요 지적

전력요금 인상과 함께 정부가 전력요금 현실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시장 활성화까지 걸림돌이 많아 이러한 과도한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ES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성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경제성 확보와 법ㆍ제도 개선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은 상황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파이크리서치(Pike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ESS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총 49GW 규모의 ESS 신규 설치 수요가 발생하면서 시장도 23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ESS 설치용량이 2GW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진다는 전망이다. 각 시장조사기관마다 조사범위와 시각 차로 인해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최소 10조∼최대 40조원 시장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로만 시장을 한정하면 이러한 장밋빛 전망만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전력요금과 높은 설치비용으로 인해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법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10㎿h급 ESS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총 80억원이 소요되며 현재 전력요금 제도 하에는 연간 최대 약 8억원의 전력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설치 투자비 회수에 걸리는 시간은 무려 1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ESS 설치 수요가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ESS 시장 규모는 약 380억원 수준으로 4년 뒤에도 시장규모는 10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는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은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비록 국내 시장이 전 세계 시장에서 1∼2% 비중밖에 차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국내 ESS 기술 및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내수시장 육성은 꼭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ESS의 경제성이 확보될 때까지 보조금 등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향후 전력요금 현실화와 배터리 가격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ESS에 대한 수요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될 때까지는 정부가 인위적으로라도 시장 활성화에 총대를 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전력난 대응책으로 기업들에게 주는 절전보조금을 줄이고 강제의무수단을 강화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부는 ESS 관련 법제도 개선에는 적극 나서겠지만 시장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창출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박기준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원 에너지환경연구팀장은 "ESS가 몇 년 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자동차처럼 높은 기대감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과 함께 시장을 조성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법ㆍ제도적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ESS를 발전소, 발전기, 비상발전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으로 현재 정기국회가 여야 대치로 공전되면서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ESS를 신재생에너지로 인정,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대상에 포함시키고 관련 사업자에게 발전사업자 및 신재생에너지사업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법제도 개선을 통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무정전전원장치(UPS) 등과의 융합 모델이 등장하면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법제도적 개선이 자율적인 시장 형성으로 이어지면서 보조금 등 비용 투자 없이도 경제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승일 서울대학교 전기ㆍ정보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전력요금 현실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전력난 등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전력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라도 ESS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홍석ㆍ박정일기자 red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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