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 난색… 사업 규모ㆍ예산조달 방법ㆍ운영방식 입장차 커
전문가 “주 전산센터 수도권 밀집…원거리 백업센터 필요” 주장

금융당국이 전쟁뿐만 아니라 사이버 위협에도 끄떡없는 은행권 공동 백업센터를 구축키로 했지만, 정작 은행들이 참여에 소극적이어서 자칫 `용두사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사이버위협에 따른 금융정보 손실을 막기 위한 은행권 공동 백업센터 구축에 몇몇 대형은행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규모와 예산조달방법, 운영방식 등에 은행간 입장 차가 큰 것이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백업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공동 백업센터 구축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번 사업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벙커형 백업센터 자체에 대한 이견도 있다. 또 다른 대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벙커형' 센터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면서 "금융당국 협의체에서도 (꼭 벙커형이어야 하는지)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같은 은행들의 의견에 대해 전문가들은 규제당국이 추진하는 원거리 백업센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은행 중에는 제2, 제3의 자체백업센터를 보유한 곳도 있어 공동백업센터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복투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은행이 보유한 백업센터 모두가 주 전산센터와 가까운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 원거리 백업센터는 꼭 필요하다. 사이버 위협 역시, 망과 인프라가 모두 분리된 백업센터에서 보다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 공동백업센터 구축에 정부 예산이 투입되지 않고 은행 재정을 차출해 진행하다보니 업무 진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위는 은행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결제원의 금융공동망 관련 참가비를 사업비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고려 중이지만 이마저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모든 은행이 참여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공동 기금을 활용하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은행들은 공동 백업센터 구축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정부 역시 예산을 지원하는 형편도 아닌 만큼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은행들은 "공동 백업센터 구축만 해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데다 정부 계획대로 단순 저장소가 아닌 실시간 백업 서비스까지 제공할 경우 그 운영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텐데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냐"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요섭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처음부터 모든 은행권을 대상으로 진행된 사업인 만큼 한 기업이라도 참여를 안 할 경우 의미가 없어진다"며 "아직까지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게 없다. 은행들의 의견차이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설득해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백업센터 설립을 추진할 기관으로 한국은행 산하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를 발족시켰고, 내달 6일 첫 회의를 개최해 협의회 내 TF팀 구성을 논의키로 했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에는 17개 시중 은행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정용철기자 jung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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