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대학들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진행중이다.

특히 정부재정지원대학을 평가하는데 있어 취업률 반영비율이 높기 때문에 교육의 질과 연구실적은 뒷전이 되어버렸다.

대졸 청년의 취업률은 사실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학에게 전가하고 있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문학은 대학 내에서 취업률에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전락하여 눈총을 받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자연히 여러 대학에서 인문학 학과들이 계속 폐과되고 만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올해부터 인문학을 취업률 평가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니 이러한 흐름은 잦아 들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대학내에서는 인문학 관련 전공들을 통폐합하거나 다른 실용학문으로 대체하고 있는 분위기다.

필자의 경우 인문학인 역사학을 바탕으로 사회적 활용방안을 찾아내고 콘텐츠화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사학과를 역사콘텐츠학과로 바꾸는 모험을 주도하였다.

그 결과 2012년 전국 역사관련 학과 취업률 1위를 달성했고 전국의 여러 대학에서도 인문학과를 콘텐츠 관련 학과로 전환해 대체로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순수 인문학의 가치는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다.

지금 같은 대학의 인문학 위기는 결국 사회 병리현상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정책의 모델이 되고 있는 미국만 하더라도 소규모 인문 중심 칼리지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

이곳에서 학부과정을 보내며 인문학 교수들과 직접 독서와 토론을 진행한 학생들은 졸업 후 높은 취업률과 명문 전문대학원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빌 게이츠는 "인문학이 없었다면, 컴퓨터도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으며 스티브 잡스도 "애플의 모든 제품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말들은 사람에 대한 주목과 관심, 즉 인문학적 소양이 주는 풍부하고 무한한 인간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구글이나 삼성전자에서도 인문학 전공자의 채용이 활발하다고 한다.

실제로 인문학적 상상력이 실제 기술을 견인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1900년에 미국에서는 100년 후에 도래할 미래사회의 모습을 상상한 엽서를 발행하였다.

그중에서 'The Moving Pavement"라는 그림을 보면 사람들이 인도위에 서서 이동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오늘날 우리는 이미 무빙 워크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Televised Outside Broadcasting"은 실내 공연 모습을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광경을 상상하고 있는데, 이 또한 오래전부터 이미 현실이 되었다.

즉 상상이 현실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풍부한 인문학적 상상력은 창의적인 기술을 촉진시키며 오늘날 첨단 기술의 밑바탕이 되어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이러한 창의력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고민한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아이디어는 없던 것에서 새롭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인류의 경험 속에서 찾아내 조합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인문학 교육은 과거 인류가 축적해온 수많은 경험들의 산물을 간접 경험하는 창의력 계발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현실에서는 일찍부터 정답과 다른 답을 말하면 틀렸다고 야단맞는 분위기가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창의력이 계발되기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대학의 인문학은 즉각적인 사회경제적 실용성을 따지기에 앞서 그 기반이 되는 상상력과 창의력의 계발 창구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물론 오늘날 한국의 순수 인문학과들이 그러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반성도 따라야 할 것이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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