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아이튠즈, 앱스토어 등을 출시하여 스마트 시대를 리드하고 있는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IT 기업중 자산가치, 브랜드파워, 영업이익률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고의 위상을 가진 기업인 애플은 공장이 없다.

일반적인 제품의 생애주기는 "설계개발-부품조달-조립생산-물류유통-판매이용"의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다.

여기에서 공장없이 위탁 생산하는 방식을 구분하는데 '조립생산' 위주의 단순하청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부품조달'과 '물류유통'까지 포함하면 EMS(전자제품생산서비스), 그리고 '설계개발'마저 위탁하면 ODM(제조자설계생산)이라 부른다.

즉 애플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연구개발 제품을 설계개발한 후, EMS 방식으로 제조전문 업체인 폭스콘, 페가트론, 플렉스트로닉스 등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생산하고 높은 단가로 판매하여 많은 영업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만 무려 120만명의 근로자를 거느린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제조전문 업체인 대만의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 뿐만 아니라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 에릭슨 등의 휴대폰을 조립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위탁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목적은 무엇보다 원가절감이지만 그 밖에 고부가가치 창출, 재고관리 유연성, 고정자산 감소도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얼굴없는 제조전문 업체들의 덩치가 커지고 성장률이 높은 것도 이와 같이 주문자와 제조자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는 혹독한 승자독식 법칙에 의해 전통적인 '20 : 80'의 파레토 법칙이 무너지고 '5 : 95'라는 슈퍼 파레토 법칙의 세상으로 변화되고 있다.

즉 상위 5%에 속하는 기업이 전체 매출의 95%를 점유하거나, 상위 5% 고객의 소비가 전체 수익의 95%를 차지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컨설팅기관 IDC 자료에 의하면, 2013년 2분기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별 시장점유율은 구글 79.3%, 애플 13.2%, 마이크로소프트 3.7%로 승자독식 현상이 뚜렷하다.

스마트 시대의 총아인 모바일기기의 경우,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데 이어, 얼마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을 인수하면서 그동안 삼성과 애플의 독주는 4강 구도로 돌입하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IT 기업들의 위상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아이디어, 디자인, 지적재산, 노하우, 운영체제 등 소프트파워가 글로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제조와 생산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우량기업인 애플의 사례처럼 공장없이도 소프트파워를 갖고 있으면 막대한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소프트파워중에서도 운영체제는 스마트 생태계의 두뇌이자 엔진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구글은 '크롬과 안드로이드', 애플은 '사파리와 아이오에스(iOS)',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와 윈도우모바일(WM)'이라는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반면, 우리는 아직 준비중에 있다.

삼성이 인텔과 함께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 '타이젠(Tizen)'을 개발하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출시하더라도 기존 안드로이드와 아이오에스에 탑재된 각각 100만개가 넘는 어플리케이션 시장과 경쟁해야하는 등 갈 길이 멀다.

따라서 창조경제의 시대정신은 소프트파워로 재무장되어야 하며, 대한민국의 도전정신은 하드웨어파워를 뛰어넘어야 할 때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신상품 개발을 유도하여 공장없이 위탁 생산되고, 매력있는 신상품이 시장에 침투하여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모델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창의 전문인력 100만명을 양성하고 혁신 전문기업 100개를 육성하면, 뛰어난 대한민국의 창조경제는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갖고 멀지않아 지구촌 곳곳에서 공장없는 기업의 주문자로서 패권을 차지할 것으로 확신한다.

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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