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정부 수급계획 탓으로 올해 전력예비율 비상 상황
원전중심 정책도 허점…납품비리ㆍ안전 불감증 잇따라 터져
■ 벼랑끝 내몰리는 전력수급
(상) 끊이지 않는 전력대란, 왜?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엉터리 원전 부품 비리로 원전 3기가 동시에 가동을 멈추면서,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된 올 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대란 위기에 놓이게 됐다. 2011년 9.15 정전으로 일대 혼란을 겪은 지 2년도 안 돼 또 다시 대정전 위기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매 해 여름철과 겨울철이면 전력부족으로 전력수급 위기에 놓이면서 반 강제적 전력감축 정책이 이어지는 데 대해 국민과 산업계 불만도 높다. 디지털타임스는 벼랑 끝에 몰린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원인과 대책을 분석하는 긴급진단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끊이지 않는 전력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무얼까. 지난 2010년부터 본격 시작된 전력대란은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이 크게 빗나간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매 2년마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내놓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전력수요를 예측, 이에 따라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년마다 전력수요 전망을 하는 것은 발전소 건설이 지역선정, 각종 인허가, 지역주민 동의 등으로 인해 최소 7년, 최대 10년 이상 걸리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전력기본계획 수립시 가파른 전력수요 증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 지난 2006년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6∼2020년) 수립시 2012년의 최대 전력 수요를 6712만㎾로 예측했으나, 지난해 실제 최대 전력수요는 7599만㎾(2012년 12월말)에 달했다. 이는 당시 2020년 전력 최대수요 예상치(7181만㎾) 뿐만 아니라 지난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시 전망했던 7296만㎾ 보다도 많은 수치로 정부의 수요예측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잘못된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한 전력공급 정책이 2010년부터 본격적인 전력난을 불러왔다. 2010년 12월 발표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실제 수치와 비슷한 전망이 나왔지만, 사후약방문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 2006년 11%정도였던 전력예비율은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에는 5%까지 떨어진 상태다. 올해 초 동계 전력비상수급기간에는 6%를 유지했으나 올 여름에는 잇따른 원전 고장으로 공급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예비력이 제로인 마이너스 수준이 예상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1년 발생한 9ㆍ15 정전사태도 비상수급기간 이후 발전소 정비 등 운영상 문제가 결정적 원인이었지만, 그 바탕에는 이러한 잘못된 예측에 따른 전력수급난이 기반하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현재 공사 중인 발전소들이 올해와 내년 준공될 예정이어서 내년 여름부터는 전력부족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올해와 같이 잇따른 원전 고장 등 위험 요인을 안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잘못된 전력 수요 예측과 함께 전력위기를 몰고 온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원전 중심의 전력공급 확대 정책이다. 여기에 지속된 납품비리, 안전 불감증 등 원전 마피아의 모럴 해저드가 더해지면서 원전이 하루가 멀다하고 고장으로 멈춰 섰고, 전력위기가 가중됐다.
특히 MB정부는 원전 수출 드라이브 등 '원전 입국'을 내세우며 원전 확대 정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MB정부는 지난 2010년말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2024년까지 원전 14기를 추가로 건설해 2024년 전체 전력설비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31.9%까지 늘리기로 했었다. 또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 59%(작년 기준 약 34%)로 확대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지난 2008년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기,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원전 사고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원전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이어 작년 11월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5200여개의 불량 부품이 버젓이 한빛원전(옛 영광원전) 5ㆍ6호기를 비롯해 5개 원전에 사용된 사실이 적발되면서 원전 마피아의 썩은 부패고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대대적인 사정과 원전 혁신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다년간 켜켜이 쌓인 원전 산업계 납품비리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6개월만인 지난달 또다시 불거졌다. 신고리 원전 1ㆍ2호기와 신월성 원전 1ㆍ2호기에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불량 제어케이블이 사용된 사실이 적발된 것. 이로 인해 신고리 1ㆍ2호기와 신월성 2호기는 케이블 교체작업으로 9월까지는 가동할 수 없게 됐고, 가뜩이나 위태로운 전력공급 능력은 크게 줄어 때 이른 5월말부터 전력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수원에 납품된 품질검증서 위조부품은 561개 품목, 1만3794개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원전에 직접 설치된 부품만 341개 품목, 6494개다. 전체 전력공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원전의 엉터리 부품사용과 부정부패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끊지 않으면 전력위기는 언제든 또 찾아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승룡ㆍ이홍석기자 srkim@
원전중심 정책도 허점…납품비리ㆍ안전 불감증 잇따라 터져
■ 벼랑끝 내몰리는 전력수급
(상) 끊이지 않는 전력대란, 왜?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엉터리 원전 부품 비리로 원전 3기가 동시에 가동을 멈추면서,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된 올 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대란 위기에 놓이게 됐다. 2011년 9.15 정전으로 일대 혼란을 겪은 지 2년도 안 돼 또 다시 대정전 위기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매 해 여름철과 겨울철이면 전력부족으로 전력수급 위기에 놓이면서 반 강제적 전력감축 정책이 이어지는 데 대해 국민과 산업계 불만도 높다. 디지털타임스는 벼랑 끝에 몰린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원인과 대책을 분석하는 긴급진단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끊이지 않는 전력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무얼까. 지난 2010년부터 본격 시작된 전력대란은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이 크게 빗나간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매 2년마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내놓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전력수요를 예측, 이에 따라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년마다 전력수요 전망을 하는 것은 발전소 건설이 지역선정, 각종 인허가, 지역주민 동의 등으로 인해 최소 7년, 최대 10년 이상 걸리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잘못된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한 전력공급 정책이 2010년부터 본격적인 전력난을 불러왔다. 2010년 12월 발표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실제 수치와 비슷한 전망이 나왔지만, 사후약방문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 2006년 11%정도였던 전력예비율은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에는 5%까지 떨어진 상태다. 올해 초 동계 전력비상수급기간에는 6%를 유지했으나 올 여름에는 잇따른 원전 고장으로 공급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예비력이 제로인 마이너스 수준이 예상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1년 발생한 9ㆍ15 정전사태도 비상수급기간 이후 발전소 정비 등 운영상 문제가 결정적 원인이었지만, 그 바탕에는 이러한 잘못된 예측에 따른 전력수급난이 기반하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현재 공사 중인 발전소들이 올해와 내년 준공될 예정이어서 내년 여름부터는 전력부족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올해와 같이 잇따른 원전 고장 등 위험 요인을 안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잘못된 전력 수요 예측과 함께 전력위기를 몰고 온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원전 중심의 전력공급 확대 정책이다. 여기에 지속된 납품비리, 안전 불감증 등 원전 마피아의 모럴 해저드가 더해지면서 원전이 하루가 멀다하고 고장으로 멈춰 섰고, 전력위기가 가중됐다.
특히 MB정부는 원전 수출 드라이브 등 '원전 입국'을 내세우며 원전 확대 정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MB정부는 지난 2010년말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2024년까지 원전 14기를 추가로 건설해 2024년 전체 전력설비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31.9%까지 늘리기로 했었다. 또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 59%(작년 기준 약 34%)로 확대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지난 2008년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기,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원전 사고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원전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이어 작년 11월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5200여개의 불량 부품이 버젓이 한빛원전(옛 영광원전) 5ㆍ6호기를 비롯해 5개 원전에 사용된 사실이 적발되면서 원전 마피아의 썩은 부패고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대대적인 사정과 원전 혁신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다년간 켜켜이 쌓인 원전 산업계 납품비리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6개월만인 지난달 또다시 불거졌다. 신고리 원전 1ㆍ2호기와 신월성 원전 1ㆍ2호기에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불량 제어케이블이 사용된 사실이 적발된 것. 이로 인해 신고리 1ㆍ2호기와 신월성 2호기는 케이블 교체작업으로 9월까지는 가동할 수 없게 됐고, 가뜩이나 위태로운 전력공급 능력은 크게 줄어 때 이른 5월말부터 전력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수원에 납품된 품질검증서 위조부품은 561개 품목, 1만3794개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원전에 직접 설치된 부품만 341개 품목, 6494개다. 전체 전력공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원전의 엉터리 부품사용과 부정부패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끊지 않으면 전력위기는 언제든 또 찾아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승룡ㆍ이홍석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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