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각 전공을 융합해 '다이나믹한 숭실' 만들 것
전공과목 30% 사이버로 전환… 온-오프 병행 시도
SW 집중투자 한국경제 이끌 새로운 창업리더 배출

한헌수 숭실대학교 총장

숭실대학교는 지난 1897년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인 윌리엄 베어드(배위량)에 의해 평양에서 설립한 숭실학당으로 출발했다. 1906년 대학과를 설치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4년제 정규대학의 효시가 됐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 서울에서 다시 문을 연 숭실은 1969년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전산학과를 신설했고 1983년에는 국내 최초로 중소기업대학원을 설립했다. 또 1987년 정보과학대학원 설립, 2006년 IT대학을 만드는 등 시대를 앞서가고 실용교육을 중시하는 대학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많은 IT 전문인력을 배출해 IT분야 전문가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국내 로봇공학 인공지능분야에서 선구자로 유명한 한헌수(54) 교수가 제1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숭실대 116년 역사상 가장 젊은 총장이자 공과대학 출신이 총장에 부임한 첫 사례가 됐다. 한 총장은 숭실사이버대 총장까지 겸임하며 온ㆍ오프라인 대학 숭실에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상도동 숭실대 총장실에서 IT 전문가 출신의 한헌수 총장이 설계한 교육분야에서의 IT역할 등 교육IT 백년대계를 들어봤다.

◇ 대담 = 장윤옥 생활과학부장

-IT분야의 전문가로서 역대 총장중 가장 젊고 공과대학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총장을 맡았다. 소감을 말해달라.

"교수 시절 주요 연구과제가 휴먼 인터렉션 기술의 개발이었다. 어떻게 하면 로봇을 사람처럼 교감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과제였다. 나의 제스처와 의도를 로봇이 정확히 이해하고 반응을 하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인간과 로봇이 소통하고 공존하는 시스템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우리 학교의 강점인 IT를 각 전공과 잘 융합해 다이나믹한 숭실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을 이야기하지만 막상 모범적인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IT융합 학과는 무엇인가.

"그동안 늘 IT를 어느 것과 융합해야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단순히 IT를 통해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고 기존 산업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 첫 사례가 최근 숭실대가 만든 스포츠IT학과다.

이처럼 IT와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융합학과를 연내에 하나 더 만들 계획이다. 우리 대학은 이전부터 실용학문에 강했다. 지난 1969년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전산학과를 만들었고 1983년에도 처음으로 중소기업대학원을 신설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보과학대학원과 IT대학 신설도 가장 빨랐다. IT와 학부를 융합한 신전공 개설에도 모범이 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사이버대학을 인수, 숭실의 이름으로 운영한 지 이제 1년이 되었다. 숭실대가 운영하는 사이버대학에 대해 중간평가를 한다면. 또 앞으로의 계획도 이야기해달라.

"막상 운영을 해 보니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재정과 운영방법 등 시스템의 재정비를 통해 안정을 되찾았다. 최근 많은 사이버대들이 정원도 제대로 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80% 이상의 등록생(21개 전체 대학 중 7위)을 확보했고 올해부터 오프라인 숭실대와 새로운 융합을 시도하려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이버대학의 새로운 운영방식을 선보일 계획이다."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외국의 커뮤니티칼리지(한국의 전문대학)처럼 사이버대는 기존 학위를 바탕으로 한 직업 재교육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대학들에 재교육을 맡기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이버대학이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본다. 사이버대는 직장인들이 야간이나 틈이 날 때 온라인 강좌를 듣는 교육기관으로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숭실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드웨어적인 시스템이나 건물뿐만 아니라 학사운영시스템과 교수진 등을 결합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 숭실대의 교육시스템, 나아가 대학의 교육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TV도 귀했던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내 딸은 돌도 되기 전에 혼자 TV를 켰다. 지금 아이들은 어린 아이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만질 줄 안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이전과는 전혀 달라졌다. 지금 학생들은 혼자서 인터넷을 보고 공부하는 게 인터넷 강좌에 익숙하다.

앞으로 숭실대는 지금 몇 과목에 불과한 온라인 강의를 전공과목의 30% 정도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식은 온라인에서 강의를 통해 습득하고 강의실에서는 교수 또는 학생들과의 토론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수업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대가 변한 만큼 더 이상 일방의 교수법은 효율적이지 않다. 교수와 학생이 열띤 토의를 펼치고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것이 대학의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많은 대학이 혁신을 고민하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적용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 현장에 적용하려면 교수나 학생의 반발이 크지 않겠나.

"물론 나이가 많은 교수들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젊은 교수들은 스마트폰 앱을 직접 만들어 학사관리를 하고 있을 만큼 시스템을 잘 활용하고 있다. 특히 숭실대는 IT관련 학과가 많아 교수들도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나 활용에 적극적이다. 우리 대학의 강점인 IT와 사이버교육 노하우를 접목하면 새로운 콘텐츠나 시스템 개발도 훨씬 수월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이런 부문에서 타 대학의 모범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최근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새로운 화두로 제시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창조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대학이 창조적 인재를 기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전봇대를 치우자고 했고 새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거론하고 있다. 전봇대가 가시로 변했을 뿐 맥락은 같다. 국가의 신성장 동력, 차세대 먹거리를 어떻게 발굴하고 실행할지가 문제다.

이런 건 사고의 패턴 때문에 40대, 50대 이상이 하면 제대로 안 된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개인의 창의능력을 발굴하고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대학에서 바로 이런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줘야 한다. 그래야 교육도 창조교육이 된다. 이런 면에서 교육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사람들이 인식했으면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맞는다고 보나.

"우리나라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학구열이 높다. 과거 100개도 안됐던 대학 수가 지금 200개가 넘는다. 모든 국민이 대학을 가다보니 고학력 실업 문제가 발생했다.

대기업에 가기 위해 취업 재수를 하고 스펙을 쌓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 80% 이상이 대학에 가는 것은 사회적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사회의 수요공급을 고려할 때 대학 진학률은 개인적으로 40%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반값등록금으로 돈을 나눠주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대학을 집중 지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도 현실에 안주하는 국내 대학간 경쟁에서 벗어나 글로벌 인재를 기르는 경쟁을 해야 한다.

- 특히 IT교육과 관련해 대학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대학교육은 단순한 티칭이 아닌 디스커션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선취업 후진학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교수들도 단순히 우수한 논문을 실적만으로 선발하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산업체 경험이 있는 사람을 교육현장에 적극적으로 수혈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이같은 내용이 대학평가에는 들어가지 않고 있으니 어려운 것이다.

시간은 없는데 이런 인식변화가 늦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총장으로 있을 때 교육여건을 바꿔 보고 싶지만 제대로 될지 걱정이다. 정부가 산업체에서 우수한 경험을 쌓은 능력 있는 사람을 교수로 모셔올 수 있도록 전향적인 방안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창조교육을 실현하려면 교육에 더 많은 인력이 많이 투입돼야 한다. 산업계에서 실질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을 교수로 채용해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직업시장에서 교환이 절대 안 된다. 교수가 산업체 가서 일을 하거나 산업체 간부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모두 장벽이 많다. 학교의 관료적 시스템이나 관행도 문제다."

- 최근 숭실대학교는 국내에서의 활용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떤 것이 있나.

"우리 대학은 기초교육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융합전공을 창출해 경제대국 한국을 이끌어 나간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또 해외 네트워킹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모교 출신으로 사회사업가와 교육자, 행정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한 한경직 목사 같은 인재를 많이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외국과의 네트워크를 위해 베트남, 인도, 필리핀, 라오스, 캄보디아에 IT센터 및 교육봉사센터를 개설했고 현지 인재 육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에서도 한경직 목사와 같은 훌륭한 인재가 나올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향후 숭실대 위상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계획과 목표에 대해 설명한다면.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부유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국민 1인당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여기다 고령화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교육시스템이 잘못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는 하루 빨리 교육시스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밖에서 숭실대하면 IT를 잘하는 대학으로 본다. 지금까지 많은 IT 인력을 배출해 소프트웨어의 저변을 확대했다면 이제는 사회가 원하는 새로운 창업 리더를 내놓는 인재 양성에 집중할 때라고 본다. 앞으로 집중적으로 소프트웨어에 투자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경제를 이끌 수 있는 고급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정리=허우영기자 y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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