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에는 여러 사항이 있지만 총액 기준 계약을 맺는다 휴대전화도 단말기와 가입기간을 묶은 총액기준 선택 생각을
최근 들어 보험회사로부터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들고 있는 자동차 보험의 만기가 가까워졌다며 갈아탈 것을 권유하는 내용이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 짜증도 나지만 한 편으로는 경쟁적으로 가격 정보를 제시해 주니 편한 면도 있다. 청구서대로 꼬박꼬박 요금 나가는 것 말고는 도통 관심 받은 기억이 없는 휴대폰과는 대조적이다. 휴대폰은 주기적으로 번호이동 하면서 단말기도 바꾸고 해야 보조금도 받고 찬밥 신세를 면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단말기 보조금의 문제는 통신 산업의 해묵은 이슈다. 정책당국은 늘 이를 일정 수준 이하로 규제하거나 금지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성공을 거둔 적은 없다. 사업자는 규제회피 수단을 만들고, 그로 인해 소비자는 할부금, 특별할인, 리베이트, 의무가입 요금제 및 부가서비스 등 복잡해져만 가는 조건들을 감수해야 했다. 날짜와 매장별로 급격히 달라지는 가격의 파악이 어려워 운 좋은 소비자만 혜택을 받는 문제도 생겼다.지난 1월에는 통신3사 모두에게 순차적 영업정지를 내리는 강수까지 등장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다. 이런 조치가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소비자들만 손해를 볼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소비자도 공급자도 보조금 경쟁을 원하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유난히 최신형 휴대폰을 추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중에 부담이 되더라도 당장 적게 돈이 든다면 선뜻 구입하는 행동 역시 자연스럽다. 이를 비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개입한다면 세상의 모든 할부판매를 금지해야 할 것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1000원만 내려도 엄청난 손실로 이어지는 요금 인하보다는 일부 소비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단말기 보조금이 훨씬 부담도 없고 효과적이다. 가입자 유치의 최전선에 있는 판매점 및 대리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도 편리하다. 이러한 보조금 경쟁을 억제하려니 무리가 따를 뿐 아니라 정부가 이통사 담합을 조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삐딱한 시선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말기 보조금 경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말기 가격과 서비스 요금이 복잡하게 얽혀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어렵고, 단말기를 교체하는 번호이동 가입자에만 혜택이 집중되어 나머지 소비자들은 푸대접을 받는다. 정보 부족으로 인해 소비자에 돌아가야 할 보조금이 상술 좋은 중간 유통채널의 몫이 되기도 한다.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얼마 전 화제를 모았던 행동경제학 분야의 저서인 '넛지(Nudge)'로부터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면서도 소비자가 행동으로 관행을 개선할 수 있도록 약간의 개입을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잘못된 판단이 걱정된다면 상품정보를 최대한 단순하고 투명하게 전달하도록 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자기 몫을 제때 찾을 수 있도록 일깨워 주는 장치를 만들면 차별대우의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판매방식을 보험계약처럼 바꿔보면 어떨까? 자동차 보험에는 여러 선택사항이 있지만 결국 총 금액을 기준으로 계약을 맺는다. 휴대전화도 단말기와 가입기간 동안의 서비스를 묶은 총 금액을 기준으로 판매하도록 하면 선택이 쉬울 것이다. 만기 때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보험계약 방식도 도움이 된다. 이통사로 하여금 계약 만료시점에 반드시 재계약 의사를 묻도록 하면 소비자는 그때마다 번호이동을 포함하여 유리한 선택을 찾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새 단말기가 필요 없는 고객을 위한 저렴한 재계약 상품도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정보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라면 다른 이통사에 계약만료 정보가 제공되도록 함으로써 앉아서 정보를 받아볼 수도 있다.
언뜻 보기엔 이통사에게 불리한 규제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총 금액의 조절에 자율성을 보장하면 개별 소비자 니즈에 맞는 마케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재계약 의무화는 손 안의 소비자를 잃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기회로도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비교가 쉽고, 공짜 폰에 딸려오는 숨은 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번호이동에 나서지 않아도 집토끼 취급을 받지 않는다. 총 금액으로 거래하면 실제로는 단말기 할부금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인데도 통화 요금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넌센스도 없어질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들어 보험회사로부터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들고 있는 자동차 보험의 만기가 가까워졌다며 갈아탈 것을 권유하는 내용이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 짜증도 나지만 한 편으로는 경쟁적으로 가격 정보를 제시해 주니 편한 면도 있다. 청구서대로 꼬박꼬박 요금 나가는 것 말고는 도통 관심 받은 기억이 없는 휴대폰과는 대조적이다. 휴대폰은 주기적으로 번호이동 하면서 단말기도 바꾸고 해야 보조금도 받고 찬밥 신세를 면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단말기 보조금의 문제는 통신 산업의 해묵은 이슈다. 정책당국은 늘 이를 일정 수준 이하로 규제하거나 금지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성공을 거둔 적은 없다. 사업자는 규제회피 수단을 만들고, 그로 인해 소비자는 할부금, 특별할인, 리베이트, 의무가입 요금제 및 부가서비스 등 복잡해져만 가는 조건들을 감수해야 했다. 날짜와 매장별로 급격히 달라지는 가격의 파악이 어려워 운 좋은 소비자만 혜택을 받는 문제도 생겼다.지난 1월에는 통신3사 모두에게 순차적 영업정지를 내리는 강수까지 등장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다. 이런 조치가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소비자들만 손해를 볼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소비자도 공급자도 보조금 경쟁을 원하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유난히 최신형 휴대폰을 추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중에 부담이 되더라도 당장 적게 돈이 든다면 선뜻 구입하는 행동 역시 자연스럽다. 이를 비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개입한다면 세상의 모든 할부판매를 금지해야 할 것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1000원만 내려도 엄청난 손실로 이어지는 요금 인하보다는 일부 소비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단말기 보조금이 훨씬 부담도 없고 효과적이다. 가입자 유치의 최전선에 있는 판매점 및 대리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도 편리하다. 이러한 보조금 경쟁을 억제하려니 무리가 따를 뿐 아니라 정부가 이통사 담합을 조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삐딱한 시선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말기 보조금 경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말기 가격과 서비스 요금이 복잡하게 얽혀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어렵고, 단말기를 교체하는 번호이동 가입자에만 혜택이 집중되어 나머지 소비자들은 푸대접을 받는다. 정보 부족으로 인해 소비자에 돌아가야 할 보조금이 상술 좋은 중간 유통채널의 몫이 되기도 한다.
언뜻 보기엔 이통사에게 불리한 규제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총 금액의 조절에 자율성을 보장하면 개별 소비자 니즈에 맞는 마케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재계약 의무화는 손 안의 소비자를 잃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기회로도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비교가 쉽고, 공짜 폰에 딸려오는 숨은 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번호이동에 나서지 않아도 집토끼 취급을 받지 않는다. 총 금액으로 거래하면 실제로는 단말기 할부금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인데도 통화 요금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넌센스도 없어질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