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은 무용지물… 곳곳 문제투성이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이 장애인을 위한 금융자동화기기(CD,ATM)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문제투성이로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기자가 금융감독 기관인 금융감독원 주변의 은행들을 돌며 확인한 결과 음성서비스를 위한 이어폰 소켓을 막아놨거나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음성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 상당수에 달했다.

기업은행 여의도 한 지점에서 기자가 이어폰을 꼽고 시각장애인용 음성서비스를 확인해 봤다. 5대의 ATM 중 2대가 정상적으로 시각장애인용 음성 안내를 했다. 하지만 2대는 이어폰을 꼽을 소켓이 없었으며 1대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일반 음성 안내가 나왔다.

같은 지역에 하나은행 지점은 ATM 4대 중 1대가 시각장애인용 음성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나머지 3대는 일반설명을 제공하거나 소켓이 없고, 이어폰을 꼽아도 서비스가 되지 않았다.

외환은행 한 지점역시 4대 중 1대는 장애인용 음성서비스를 제공했지만 3대 이어폰 소켓을 막아놨다. 신한은행 여의도 한 지점은 ATM 8대 중 1대는 장애인용 음성서비스가 됐지만 나머지는 이어폰을 연결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농협은행 여의도 한 지점도 마찬가지다. ATM 4대 중 1대는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2대는 이어폰 소켓이 없었고 1대는 일반 설명이 나왔다. 국민은행 지점은 6대 중 2대의 ATM이 장애인용 음성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나머지는 일반 안내를 제공했다. 우리은행 지점은 ATM 4대 중 2대는 서비스가 잘됐지만 1대는 이어폰 소켓이 막혀있었고 1대는 이어폰을 꼽아도 서비스가 안 됐다.

이렇게 7개 주요 시중은행 지점을 돌아본 결과 35대 ATM 중 10대만이 장애인용 음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25대가 문제가 있었다. 또 10대 중 2대는 사용 중 에러가 나서 여러 차례 서비스를 시도해야했다.

특히 확인결과 일반 안내 음성 서비스가 많은 것이 문제였다. 은행들은 일반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도 장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지만 실효성이 없어 실적 부풀리기라는 지적이다. 일반 음성서비스는 시각장애인에게 "터치 스크린을 보고 원하는 서비스 버튼을 누르세요"라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에게 보고 누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2010년 장애인을 위한 전자금융서비스 이용 편의성을 제고하는 대책을 발표하고 올해인 2013년까지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ATM 등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어폰 소켓을 막아놓거나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나 은행들이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웹접근성 전문가는 "감독 기관인 금감원 주위를 보면 정책 추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금감원 주위가 이처럼 미흡하다면 다른 지역은 얼마나 심각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과거에는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ATM이 없었는데 과거에 비해서는 조금 나아졌다"며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고 음성서비스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음성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지도공문을 내려보냈었는데 1월에 다시 한번 점검을 하고 4월까지 점포당 최소 1대 이상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기자 k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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