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견기업 규모가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는 `주요 국가들의 중견기업 현황 비교` 보고서에서 2010년 기준으로 국내 312만5457개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은 1291개로, 전체기업의 0.0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국내 중견기업 비중이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 경쟁국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산업의 허리인 중견기업의 비중이 커야 한다. 유로존 재정위기에서도 독일 경제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중견기업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전체 360만개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은 43만개(11.8%)에 달한다. 중견기업의 고용 인원도 1184만명으로 전체 46%를 차지한다. 독일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견기업의 위상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독일과 비교하면 한국의 중견기업 비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조장한 측면이 크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으로 가려고 하면 세제와 금융지원 혜택을 대폭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을 꺼려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죽하면 대기업으로 가야 하는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을 하겠다고 회사 `쪼개기'를 하겠는가. 중소기업에만 각종 지원을 몰아줘 중견기업의 생존 토양을 황폐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뒤늦게 중견기업국을 신설하고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중견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성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MB정부에서는 중견기업의 중요성을 간과한 측면이 강하다. 중견기업 개념조차 모호했다. 중견기업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바른 정책을 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중소ㆍ중견기업 육성책이 거꾸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중견기업을 우리 경제의 튼튼한 허리이자 수출의 성장 엔진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박 당선인도 중견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중견기업을 육성하지 않고서는 경제성장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산업구조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양극화된 국내 산업구조를 새 정부에서는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 중소기업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각종 규제와 부담을 늘린다면 중견기업을 고사시키는 일이나 다름없다.

중견기업이라는 산업 허리 없이는 우리 경제의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독일처럼 세계 최강의 중견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중견기업 육성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내 중견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도록 뒷받침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중견기업이 더 이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게 해서는 곤란하다. 새 정부는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체제를 보다 세밀히 점검, 개선해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는 박 당선인은 일방적으로 지원 혜택을 받아온 중소기업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새 정부에서는 경제의 허리를 자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독일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잘 나가는 게 세계 최강의 중견기업이 경제의 튼튼한 허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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