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경쟁 패러다임 'SW중심 융합' 전환
벤처 생태계 활성화 등과 연계 통합전략 필요

■ 희망코리아 스타트 어게인-IT경제가 일자리다

"우리는 소프트웨어(SW) 혁명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SW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지난해 11월 26일 열린 SW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권은희 국회의원이 한 말다. 권의원의 말처럼 SW가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SW 경쟁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고, SW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트렌드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각계 전문가를 통해 SW의 중요성을 되짚어보고 바람직한 SW 생태계를 만들어 SW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SW산업은 그 자체로도 중요할 뿐 아니라 다른 산업과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과 집중적인 육성이 요구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SW 중견기업의 경쟁력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2년 세계 SW시장 규모는 1조230억달러로 추정되며, 2015년까지 4.5%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1조1917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SW시장은 반도체 시장의 3.2배, 휴대폰 시장의 4.2배 규모로, 반도체, 휴대폰, LCD패널, 평판TV 시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IT 산업은 SW, PC, 휴대폰 등 비교적 명확했던 IT 경계가 사라지고 융합됨에 따라 IT 경쟁 패러다임이 하드웨어 기업 중심에서 SW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또 SW는 유통, 석유, 자동차, 금융, 농업 등 대표적인 실물산업에서 빠르게 융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융합은 기존 산업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경쟁력과 고도화를 촉진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산업을 빠른 속도로 창출할 전망이다. SW는 또 제품, 프로세스, 서비스 영역에 적용돼 기존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산업 내, 산업간 융합을 촉진시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데 기여해 국가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국가들은 SW산업을 미래산업 발전의 핵심요소로 인식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SW 융합환경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국의 강점을 살린 SW산업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장(KAIST 교수)은 "SW는 SW산업뿐만 아니라 제조, 서비스 등 전 산업의 경쟁력 높이는데 핵심이 된다"며 "우리 SW산업의 경쟁력이 세계적이지 않으면 제조나 서비스업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없고, 일자리 창출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SW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우리 정부도 SW산업 육성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SW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SW 정책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실상 정부의 SW 관련 정책은 2001년 SW산업육성기본계획 발표 당시의 정책 프레임워크가 반복되고 있다"며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 인터넷의 진화, 웹 SW의 중요성 증대, SW 중심의 플랫폼 전개 등으로 SW 부문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SW와 SW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이 변화하고 있으며,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과 중소ㆍ벤처 기업의 상생발전 필요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SW부문의 지원, 육성을 위한 정책적, 전략적 양식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또 "SW, 서비스,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인터넷이 사실상 같은 맥락으로 연결돼 있어 따로 떼 놓고 볼 수 없다"며 "협의의 SW 부문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가 전략과 정부 정책 논의를 콘텐츠 정책, 정보화, 서비스 규제, 벤처 생태계 활성화 정책 등과 연계해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W 발전의 모태가 되는 SW생태계에 대한 인식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단형 회장은 "많은 이가 SW 생태계를 말하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SW 생태계의 폭을 좁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SW 생태계라는 용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했으며,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자금을 조달받고 능력 있는 사람을 손쉽게 쓸 수 있으며, 법제도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등의 환경을 의미하는데, 국내에서는 수발주, 하도급 등과 관련한 법제도에 한정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단형 회장은 "국내 시장을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실리콘밸리와 같이) 창의력 있는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커나가기 위해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벤처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벤처 정책은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살려 성장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1970년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데, 이것이 벤처기업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공확률이 낮은 벤처기업의 특성에 따라 실패한 벤처기업인이 쉽게 재기할 수 있는 환경 마련과 같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SW인력 수급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커지고 있다.

2011년 12월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산업기술인력 수급동향에 따르면, 2010년 말을 기준으로 SW 개발, 공급업 부문에서 5796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식경제부 전망을 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만1990명의 SW 고급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박경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은 "SW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인력문제"라며 "그동안 SW 인력양성 문제에 대해 너무 총론 차원에서 접근하다보니 6개월, 1년짜리 단기양성 과정이 주류를 이뤄 초급 기술자는 많은데 쓸만한 인재가 없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SW 인력이 계속 모자란다고 얘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 얼마나 모자라는 지를 정확하게 파악해 필요한 인력양성정책을 수립,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어 국산 SW 제품의 유통을 지원하는 등 뉴딜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SW 융합 활성화 등을 위해 SW 전담 연구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이미 대학의 SW 관련학과 졸업생들은 SW 기업뿐만 아니라 포털, 제조기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SW산업 정책 대상의 범위를 크게 넓혀야 하며 SW 기업들이 살아가기 위해 시장을 만들어주고 특히 제값을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식기자 ds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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