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25주년 기념식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ㆍ야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의식한 탓인지 비공개로 비교적 조용히 치러졌다.

이 회장이 삼성을 이끌어온 25년 동안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에 미친 영향을 본다면 떠들썩하게 한판 잔치를 치르고 싶었겠지만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기념식조차 사회분위기를 살펴야 할 만큼 삼성에 쏠리는 눈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사회엔 정체가 모호한 경제민주화 요구, 재벌에 대한 반감, 대기업에 대한 편견 등이 저변에 확산돼 있다.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에 요구하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그만큼 무거워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묻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삼성의 가치는 이 시점에서 한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 회장이 취임한 이래 25년간 삼성은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기적과도 같은 초고속 성장을 일궈냈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이건희 회장이 12월1일 그룹을 승계한 뒤로, 10조원에 못 미치던 매출은 올해 38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룹 자산은 8조원에서 435조원으로 50배 넘게 늘었다. 재계순위에서도 독보적인 1위다. 브랜드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는 삼성의 올해 브랜드가치가 329억달러(약 36조원)로 지난해 234억달러에 비해 8단계나 급등했다고 평가했다.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IT산업의 핵심 품목들이 모두 글로벌 탑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그간 무너진 글로벌 기업들은 얼마나 많았는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수 없는 기업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한때 삼성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때론 모방의 대상이 되었던 일본의 거대기업 소니와 파나소닉 등은 최근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정크` 등급으로 강등되며 추락하고 있다.

이런 성장 과정에서 이 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특히 선대회장의 반도체 신화를 이어 휴대폰 사업에서 부흥을 일으킨 것은 대표적인 이 회장의 치적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의 역습을 받았는데도, 가장 빠르게 애플을 따라잡고 마침내 애플을 넘어선 경쟁력은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 취임 당시 국내 재계 상위 29개 그룹 중 현재 남아 있는 곳은 16곳에 불과하다. 지속가능성이 기업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삼성은 지속가능성은 물론 점점 더 강력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성공적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삼성의 미래를 얘기할 때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 대응해 삼성은 과연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삼성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성을 존경받는 기업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구조 속에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은 삼성이 풀어야할 숙제다. 경제민주화 바람에 편승해 삼성의 사회적 역할과 지배구조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취임 25주년 기념식에서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멀다"며 "다시 한번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 삼성의 제품과 서비스로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인류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일류기업의 모습으로 부단히 성장하는 기업, 창의적인 기업,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 받는 기업을 제시했다.

기업은 생존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거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은 이제 어떻게 생존 성장해 가는가를 고민해야한다. 생존의 방식이 국민과 주변산업계를 이해시키고 존경받도록 했을 때, 삼성의 지속가능성은 더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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