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금융위기를 겪으면 존폐 기로에까지 내몰렸던 태국의 사립병원들. 이들 사립병원들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 아시아 의료관광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오래된 얘기다. 이미 대한병원협회에서도 성형외과, 건강증진센터, 어린이 전문병원 등 태국 사립병원들의 의료관광 서비스와 마케팅을 배우기 위해 탐방을 갈 정도다. 태국을 찾는 주요 의료관광객을 살펴보면, 해외환자의 70%가 인접국인 싱가포르가 아닌 일본ㆍ미국ㆍ영국ㆍ독일 순으로 선진국 비율이 높다.

이처럼 태국이 아시아의 의료관광중심이 된 것은 의료서비스가 방콕이라는 관광도시 특성과 잘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자국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종합검진, 치과, 안과 혹은 성형수술을 받은 후 스파, 전통마사지, 아로마테라피 등의 의료대응서비스도 누릴 수 있다. 거기다 장기 투숙 리조트 제공 등으로 관광과 휴양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2010년 156만 명에서 2011년 200만 명까지 치솟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한가지 더 있다. 매년 15만~25만 명의 외국인 환자들이 찾는 도심의 방콕병원은 26개국 언어서비스를 한다. 12개국 언어담당자가 병원에 상주하고 있다. 즉각적인 언어서비스가 안 되는 환자는 화상전화로 안내 받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언어권 별로 접수대가 있고 출입관리국 직원이 매주 병원을 방문해 의료관광환자들의 비자연장도 도와준다고 한다. 언어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외국인환자 유치 상위 의료기관 실적자료에 따르면 청심국제병원이 상급종합병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청심국제병원은 지난해 의료관광으로 약 71억 원의 외화를 벌었는데 의료관광 실 환자수는 약 7500명에 달한다.

청심국제병원 의료관광 1위 성적의 배경에는 방콕병원의 26개국 언어서비스라는 적극적 마케팅과 상통하는 대목이 있다. 첫째, 청심국제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나라별 의료비 환급용 진료증빙서류를 발급한다. 외국인환자가 본국에 돌아가 의료보험금을 환급 받을 수 있도록 해당국가 양식에 해당국가 언어로 증빙서류를 작성해 준다. 공보험과 사보험이 이중 환급받을 수 있는 일본인의 경우, 자국보다 한국에서 더 신속하고 편리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 동시에 의료비 환급이라는 금전적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청심국제병원은 60명 이상의 외국인 의료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들이 국내 병원에서 가정 먼저 느끼는 불편함이 바로 의사소통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러시아에서 의료자격을 갖춘 의사, 간호사는 물론 코디네이터도 외국인으로 보유하고 있어 입ㆍ퇴원은 물론 진료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환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셋째, 해당국가 언어로 된 의료관광상품의 제공이다. 청심국제병원은 해외 여행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외국인 환자들의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하고, 국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의료관광상품을 개발, 해당국가 언어로 된 자료를 해외 웹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의료서비스와 관광에 국한하지 않고 뷰티테라피, 마사지 등의 프로그램도 구성해 외국인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외국인 환자 입장에서는 어떤 의료관광 서비스를 받을지 사전 검색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의 의료장비와 의료진 실력에 대해서는 싱가포르ㆍ태국에서도 모두 인정하고 한 수 접는다. 아직까지도 많은 싱가포르ㆍ태국의 의사들이 최신 수술기법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이 같은 의료 수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를 찾는 외국인 환자들은 태국의 10분의 1에 그친다. 이는 양방진료에 한방진료를 결합하는 양한방 협진이라든가, 국가별 언어로 작성된 의료비 환급증빙서류 발급서비스, 외국인 의료인력 보유와 같은 환자 혜택(benefit)형 시스템 등 각 병원이 적극적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각 병원들의 독자적인 서비스와 마케팅 방안을 마련한다면, 한국이 아시아 의료관광의 중심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강흥림 청심국제병원 국제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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