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ㆍ통신기기 주력품목 수출 급감… 대외경기도 먹구름
이달 수조원대 경기부양책 발표 검토…규제완화도 추진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시사하고 나선 것은 우리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L자형'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성장동력인 수출 하락이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내수마저 움츠러들면서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장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는 힘들다고 보면서도 이에 준하는 재정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 등 경기부양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세계 경기 먹구름 속 수출 부진 장기화 조짐=수출 부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429억7000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6.2% 줄었다. 월별로 2개월째 감소했다. 올해 상황을 보면 2월과 6월을 제외하고 줄곧 전년 동월 대비로 감소했다. 거의 매달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지난해와는 대조적이다.
올해 8월까지 누적기준으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년동기 대비 23.5%나 증가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수출부진의 내용도 안 좋다. 우리 주력 품목이 부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8월 실적을 보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선박이 34.2%, 자동차 21.7%, 무선통신기기는 26.7%나 각각 급감했다. 기초 원자재에 해당하는 철강(-7.4%)과 반도체(-1.1%) 수출도 줄었다.
지역별로 봐도 수출이 좋은 곳이 없다. 우리나라 제품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중국 수출이 8월(1∼20일)에 5.6% 감소했다.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은 2.1%, 재정위기로 어지러운 유럽연합(EU)도 9.3% 각각 감소했다.
대외 경기 전망역시 여전히 먹구름이 짙다.
중국은 2분기 성장률이 7.6%였다. 분기별 성장률이 8% 밑으로 떨어진 것은 3년 만의 처음이다. 하반기도 불투명하다. 8월 HSBC의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9개월 사이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가 두 차례 양적완화 조치로 2조3000억달러 상당의 국채 등을 사들였으나 경기 반등세는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 월간 실업률은 3년 이상 8%를 웃돌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될지도 미지수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벤트를 줄줄이 앞두고 있다. 오는 6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월례 통화정책회의 열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를 사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도 내년 전망 낮춰=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민간연구기관에서 속속 나오는 가운데 정부도 내년 전망치를 내려잡기로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례적으로 중간 보고서 형식을 빌려 올해 전망치를 대폭 낮춰 잡을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6월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7%에서 3.3%로 낮췄고 한국은행은 7월에 3.0%로 0.5%포인트나 내려 사실상 3%대 성장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전락했다.
정부의 전망대로 3%대 성장률을 기록하려면 3분기와 4분기에 전분기 대비로 각각 1.3% 증가해야 하지만 앞서 1분기엔 0.9%였고 2분기엔 0.4%로 반 토막 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조정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내년 전망치 4.3%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하향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달 말 국회에 내년 예산안을 낼 때 수정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KDI는 이달 중으로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상당폭 내리기로 했으며, 2%대 후반이 점쳐진다. KDI는 1년에 두 차례(상ㆍ하반기) 전망을 발표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이다. 중간보고서를 내는 것은 0.3% 성장에 그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KDI측은 "상반기 전망 때는 스페인 위기가 여름에는 해결 실마리를 찾는다는 전제였으나 지금은 대외여건이 더 악화했다"며 "상당폭 하향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정투자 확대로 경기 부양 나서나=우리 경제 성장률의 2%대 추락이 가시화되면서 정부는 추경에 준하는 경기부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재정투자를 추가로 늘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8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투자 보강책을 내놓은데 이어 이달 중순께 '+α'의 규모와 내용을 발표한다.
정부가 기존 기금의 여유자금 활용과 공공투자 확대, 이월ㆍ불용예산 최소화 등으로 최대한 추가 투자 재원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그 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력을 높이고자 각종 규제를 완화하거나 유예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 경제계로부터 건의받은 30개 과제에 대한 규제 개선책을 내놓았다. 이번에 다시 100건의 건의사항을 검토해 오는 3일 규제완화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각 부처는 기업ㆍ자영업의 영업, 창업ㆍ투자, 공장입지와 증축 제한, 서민 생활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유예할 수 있는 규제를 발굴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한시적으로 유예할 수 있는 규제들을 추려 발표할 예정이다. 유예기간은 1년 내외로 고려하고 있다. 앞서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280여건의 규제를 유예하거나 폐지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거시적으로 재정투자를 추가하고 미시적으론 각종 규제를 풀어주려고 한다"며 "작지만 당장 효과가 나는 정책을 취해 심리를 호전시키고 민간 활력을 높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승룡ㆍ이호승기자 srkim@ㆍyos547@
이달 수조원대 경기부양책 발표 검토…규제완화도 추진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시사하고 나선 것은 우리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L자형'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성장동력인 수출 하락이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내수마저 움츠러들면서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장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는 힘들다고 보면서도 이에 준하는 재정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 등 경기부양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세계 경기 먹구름 속 수출 부진 장기화 조짐=수출 부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429억7000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6.2% 줄었다. 월별로 2개월째 감소했다. 올해 상황을 보면 2월과 6월을 제외하고 줄곧 전년 동월 대비로 감소했다. 거의 매달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지난해와는 대조적이다.
올해 8월까지 누적기준으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년동기 대비 23.5%나 증가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수출부진의 내용도 안 좋다. 우리 주력 품목이 부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8월 실적을 보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선박이 34.2%, 자동차 21.7%, 무선통신기기는 26.7%나 각각 급감했다. 기초 원자재에 해당하는 철강(-7.4%)과 반도체(-1.1%) 수출도 줄었다.
대외 경기 전망역시 여전히 먹구름이 짙다.
중국은 2분기 성장률이 7.6%였다. 분기별 성장률이 8% 밑으로 떨어진 것은 3년 만의 처음이다. 하반기도 불투명하다. 8월 HSBC의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9개월 사이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가 두 차례 양적완화 조치로 2조3000억달러 상당의 국채 등을 사들였으나 경기 반등세는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 월간 실업률은 3년 이상 8%를 웃돌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될지도 미지수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벤트를 줄줄이 앞두고 있다. 오는 6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월례 통화정책회의 열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를 사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도 내년 전망 낮춰=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민간연구기관에서 속속 나오는 가운데 정부도 내년 전망치를 내려잡기로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례적으로 중간 보고서 형식을 빌려 올해 전망치를 대폭 낮춰 잡을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6월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7%에서 3.3%로 낮췄고 한국은행은 7월에 3.0%로 0.5%포인트나 내려 사실상 3%대 성장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전락했다.
정부의 전망대로 3%대 성장률을 기록하려면 3분기와 4분기에 전분기 대비로 각각 1.3% 증가해야 하지만 앞서 1분기엔 0.9%였고 2분기엔 0.4%로 반 토막 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조정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내년 전망치 4.3%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하향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달 말 국회에 내년 예산안을 낼 때 수정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KDI는 이달 중으로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상당폭 내리기로 했으며, 2%대 후반이 점쳐진다. KDI는 1년에 두 차례(상ㆍ하반기) 전망을 발표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이다. 중간보고서를 내는 것은 0.3% 성장에 그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KDI측은 "상반기 전망 때는 스페인 위기가 여름에는 해결 실마리를 찾는다는 전제였으나 지금은 대외여건이 더 악화했다"며 "상당폭 하향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정투자 확대로 경기 부양 나서나=우리 경제 성장률의 2%대 추락이 가시화되면서 정부는 추경에 준하는 경기부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재정투자를 추가로 늘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8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투자 보강책을 내놓은데 이어 이달 중순께 '+α'의 규모와 내용을 발표한다.
정부가 기존 기금의 여유자금 활용과 공공투자 확대, 이월ㆍ불용예산 최소화 등으로 최대한 추가 투자 재원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그 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력을 높이고자 각종 규제를 완화하거나 유예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 경제계로부터 건의받은 30개 과제에 대한 규제 개선책을 내놓았다. 이번에 다시 100건의 건의사항을 검토해 오는 3일 규제완화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각 부처는 기업ㆍ자영업의 영업, 창업ㆍ투자, 공장입지와 증축 제한, 서민 생활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유예할 수 있는 규제를 발굴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한시적으로 유예할 수 있는 규제들을 추려 발표할 예정이다. 유예기간은 1년 내외로 고려하고 있다. 앞서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280여건의 규제를 유예하거나 폐지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거시적으로 재정투자를 추가하고 미시적으론 각종 규제를 풀어주려고 한다"며 "작지만 당장 효과가 나는 정책을 취해 심리를 호전시키고 민간 활력을 높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승룡ㆍ이호승기자 srkim@ㆍyos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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