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배심원들 일방적 '디자인 독점권' 선언
스마트 생태계 후퇴 우려 목소리…업계 큰 혼란

■ 삼성-애플 소송 미 배심원 평결 파장

미국 배심원이 애플에 일방적인 디자인 독점권을 선언하면서, 스마트생태계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애플은 삼성의 관련제품에 대해 영구적 판매금지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제조사에 대해서도 묻지마식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면서 관련업계가 큰 혼란을 맞을 것이란 지적이다.

◆"애플이 둥근 모서리 창조(?)"=애플에 디자인 독점권 인정 = 삼성-애플 특허소송에서 미국 배심원은 애플이 주장하는 모든 디자인 특허권을 인정했다. 애플이 인정받은 디자인권은 화면을 넘겼을 때 튕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바운싱백, 멀티터치 줌 등의 기능을 비롯해 아이폰 전면 디자인과 베젤, 아이콘 배열 및 형상 등 6건이다. 논란이 됐던 둥근 직사각형, 둥근 사각형의 애플리케이션 모양 등 일반 사용자에게 익숙한 스마트 기기의 디자인도 모두 애플 고유의 독자적 특허권이 됐다.

대신 배심원단은 삼성이 제기한 통신기술 특허는 철저히 외면했다. 배심원들이 감성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디자인 특허부문에 선과 악을 구분하는 대신, 삼성측이 요구한 통신기술 특허는 사실상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결과는 배심원단이 요청한 배상액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보상금으로 10억달러가 넘는 금액을 요구한 반면, 애플이 삼성에게 지불할 보상액은 전혀 없다고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배심원 평결 오류도 제기-"경쟁 자체 위협"= 글로벌 법률 전문 사이트와 외신들은 이번 미국 배심원 평결의 신뢰성과 충실성, 공정성 등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평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배심원은 여자 2명, 남자 7명으로 구성된 9명의 배심원단이다.

영국의 언론 가디언(Gardian)지의 댄 길머(Dan Gillmor) 기자는 "배심원은 단지 이틀만에 1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하고 복잡한 사건을 평결했다"며 "배심원들이 재판장에 들어설 때부터 이미 결정을 했다는 확실한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한 가디언지는 "그들은 배심원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오로지 20페이지의 양식을 채우는 데 썼을 것"이라며 "모든 점에서 애플이 원하는 것을 줬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기자 찰스 아더(Charles Arthur)는 "미국에서 배심원들이 오라클이 구글에 안드로이드 모바일 OS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2주에 걸쳐 구글이 광범위하게 무죄라는 평결에 도달했다"며 배심원 평결의 충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IT전문 웹사이트 더 버즈(The Verge)는 배심원의 평결 양식을 분석한 결과, 배심원 스스로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정한 갤럭시탭10.1 LTE에 220달러, 인터셉트에 200만 달러 이상의 배상액을 기재하는 오류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배심원이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이 같은 모순은 더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배심원 중 한명은 씨넷(Cnet)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핵심 주장 중 하나였던 '선행기술'에 대한 논의는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없다는 가정 하에' 애플의 디자인권 침해를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배심원 판결이 향후 스마트 생태계에 부정적 기류를 조성할 것이라는 점에도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둥근 직사각형을 비롯한 광범위한 스마트 기기의 디자인이 애플의 독점적 소유로 이어짐에 따라, 당장 여타 스마트 제조사의 미국 내 판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법률전문 웹사이트 그로클로(Groklaw)는 미국 버지니아 로스쿨의 마이클리시(Michael Risch) 교수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디자인 특허법이 망가졌다"며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 외신은 "전례 없는 독점 기업을 만들어 낸 애플의 소송으로, 우리는 삼성과 다른 제조사의 많은 모바일 제품이 수입 금지 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이렇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테크놀로지 마켓에서 '경쟁'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성기자ㆍ김유정기자 clickyj@

◇ 사진설명 : 미국에서 진행된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침해소송 1심의 배심원 평결이 애플의 완승으로 끝난 가운데 26일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룸에 행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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