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ㆍ열섬효과 등 영향 갈수록 심각
정말 살인적인 폭염이다. 열흘이 넘도록 이어지는 열대야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가마솥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도 끔찍한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우주항공국(NASA)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의 폭염은 지구 온난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기술적으로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날을 말한다. 낮 동안에 상승했던 기온이 해가 진 후에도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심한 불쾌감을 느끼고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대도시와 남부 해안 지역에서 7~8월에 주로 나타나는 열대야는 한 해 평균 5~6일 정도 기록된다. 그러나 2010년에도 전국적으로 열흘 이상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열대야가 도시화와 환경 파괴의 결과라는 주장이 있다. 물론 완전히 틀린 주장은 아니다. 세계적인 거대 도시로 커버린 서울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대형 고층 건물로 가득 채워진 서울에서는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의 열기가 쉽게 빠져나갈 길이 없다.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와 건물마다 빼곡하게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도 무시할 수 없다.

에너지 과다 소비에 의한 도시의 열섬효과가 서울의 열대야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열대야가 심각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서울이 급격하게 개발되고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던 1970년대부터였다. 194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의 하루 중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이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우리의 열대야는 높은 습도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공기 중의 수증기가 효과적인 온실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사실 수증기의 온실 효과는 누구나 쉽게 경험한다. 습도가 낮은 건조 지역에서는 아무리 더운 날에도 그늘에만 들어서면 시원하게 느껴진다. 열대 지역이라고 해도 건조한 사막에서는 해가 지기만 하면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쳐 버린다.

그러나 습도가 높아서 후텁지근한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공기 중의 수증기가 뙤약볕의 열기와 땅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형태의 복사열을 흡수해서 뜨겁게 달아오른다. 해가 지고 난 후에도 복사열을 흡수해서 달궈진 수증기 탓에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더욱이 습도가 높아지면 땀에 의한 체온조절 기능도 작동하지 못하게 되어 더욱 덥게 느껴지게 된다.

물론 모든 열대야가 높은 습도 때문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남쪽에서 섭씨 25도 이상으로 뜨겁게 달궈진 열대성 기단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경우에는 습도가 낮은 경우에도 어쩔 수 없이 열대야로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대책도 없다. 북쪽의 비교적 서늘한 고기압의 세력이 하루 빨리 힘을 얻기를 애타게 기다려야 한다.

지형적 특성도 열대야에 영향을 준다. 분지 형태의 지역에서는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 미국 서부의 데스밸리나 우리나라의 대구가 그런 지형에 속한다. 결국 데스밸리는 풀 한 포기 찾아보기 어려운 곳으로 변해버렸다.

사실 폭염, 폭우, 폭설, 혹한과 같은 극한 기상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믿을 것이 못된다. 언제나 지금이 최악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올 여름이 가장 견디기 힘든 여름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기상청의 기록은 다르다. 서울 지역에서 최악의 여름은 1994년이었다고 한다. 그 해 7월 24일에 기록된 38.4도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7~8월에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은 날이 무려 46일이나 되었다.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3000명을 넘었다고 한다. 폭염도 어쩔 수 없이 극복해야 할 기상재해다. 철저하고 현명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대한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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