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코리건(Douglas Corrigan)은 20세기 초 미국의 한 비행사의 이름이다. 그는 1938년 뉴욕의 한 비행장을 이륙하여 캘리포니아로 향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28시간의 비행 끝에 그가 내린 곳은 정 반대방향인 대서양 건너의 아일랜드 더블린이었다. 이 웃지 못 할 사건은 그를 유명인사로 만들어서 거꾸로 가는 시계를 비롯한 각종 기념품과 자서전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별명이 된 '반대방향(Wrong Way)' 코리건은 지금까지도 원래의 목표와는 반대의 결과를 낳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70년도 더 된 외국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와 비슷한 경우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유럽발 위기가 전혀 잦아들지 않고, 앞으로 오히려 더욱 흉흉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둔 여야는 경제 활성화 대책을 경쟁하기는커녕 경제학자도 이해하기 어려운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와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수출기업들은 그나마 잘 버텼지만 내수는 침체되고 중소기업과 서민의 삶이 고달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내수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생존력과 경쟁력 강화를 돕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궁금한 것은 지금 앞 다투어 재벌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막상 정권을 잡고 나면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들어 갑작스레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편, 최근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여론의 포화를 맞은 '국ㆍ공립대학 연합체제' 방안도 비슷한 경우이다. 학벌사회의 폐해를 줄이고 상위권 대학에 대한 입시 열풍을 완화하기 위해서 서울대를 포함한 기존 국립대학들을 하나로 묶겠다는 이 야심찬 방안은 서울대 폐지론으로 인식되면서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이 방안은 급조된 것도 아니고, 생각해 볼 가치가 없는 내용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통합방안이 정작 학벌사회의 폐해를 줄이고 입시열풍을 완화하는 데에는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 있다. 학벌사회의 폐해는 학교 간 서열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없고, 한 번 만들어진 학력을 극복할 방법이 없을 때 발생한다. 단순히 학교 간 차이를 없애려 하면 돈과 연줄 등이 이를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 입시과열 역시 소수의 사람들만 좋은 직장을 얻는다는 사실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기 어렵다. 입학의 문만 넓히면 결국은 부담이 졸업 시점으로 몰릴 뿐이라는 점은 취업난에 자존심도 다 버리고 나선 로스쿨 졸업생들을 봐도 알 수 있다. 어렵더라도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화와 기회의 확대가 올바른 방향인 것이다.
한 가지만 더하자면 최근 지자체들의 재정난으로 중단위기를 맞은 무상보육 정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보육복지의 목적은 출산율 저하를 막고 여성의 사회참여를 촉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유아 보육의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는 아이를 필요한 시간 동안 믿고 맡길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환경 좋은 공립 어린이집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고,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의 늦은 퇴근시간을 맞출 수 없다. 이처럼 공급의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무상보육은 반대로 수요부터 크게 확대하는 이상한 정책이다. 그 결과 보육시설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아기들까지 대거 어린이집에 맡겨서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신 양육수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재원 소요에 비해 목적 달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글라스 코리건은 끝까지 실수였음을 주장하였지만 그가 '반대방향'으로 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의심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그가 당시로서는 위험한 대서양 횡단비행을 지속적으로 희망했지만, 당국이 안전에 문제가 많은 그의 허술하게 개조된 비행기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점도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한다. 21세기 한국의 코리건들도 속으로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책이 앞에 내건 목적을 향해 가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역행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실이 무엇이든 간에 훗날 발음도 비슷한 '반대방향 코리안'이라는 신조어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70년도 더 된 외국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와 비슷한 경우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유럽발 위기가 전혀 잦아들지 않고, 앞으로 오히려 더욱 흉흉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둔 여야는 경제 활성화 대책을 경쟁하기는커녕 경제학자도 이해하기 어려운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와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수출기업들은 그나마 잘 버텼지만 내수는 침체되고 중소기업과 서민의 삶이 고달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내수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생존력과 경쟁력 강화를 돕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궁금한 것은 지금 앞 다투어 재벌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막상 정권을 잡고 나면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들어 갑작스레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편, 최근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여론의 포화를 맞은 '국ㆍ공립대학 연합체제' 방안도 비슷한 경우이다. 학벌사회의 폐해를 줄이고 상위권 대학에 대한 입시 열풍을 완화하기 위해서 서울대를 포함한 기존 국립대학들을 하나로 묶겠다는 이 야심찬 방안은 서울대 폐지론으로 인식되면서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이 방안은 급조된 것도 아니고, 생각해 볼 가치가 없는 내용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통합방안이 정작 학벌사회의 폐해를 줄이고 입시열풍을 완화하는 데에는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 있다. 학벌사회의 폐해는 학교 간 서열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없고, 한 번 만들어진 학력을 극복할 방법이 없을 때 발생한다. 단순히 학교 간 차이를 없애려 하면 돈과 연줄 등이 이를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 입시과열 역시 소수의 사람들만 좋은 직장을 얻는다는 사실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기 어렵다. 입학의 문만 넓히면 결국은 부담이 졸업 시점으로 몰릴 뿐이라는 점은 취업난에 자존심도 다 버리고 나선 로스쿨 졸업생들을 봐도 알 수 있다. 어렵더라도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화와 기회의 확대가 올바른 방향인 것이다.
한 가지만 더하자면 최근 지자체들의 재정난으로 중단위기를 맞은 무상보육 정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보육복지의 목적은 출산율 저하를 막고 여성의 사회참여를 촉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유아 보육의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는 아이를 필요한 시간 동안 믿고 맡길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환경 좋은 공립 어린이집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고,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의 늦은 퇴근시간을 맞출 수 없다. 이처럼 공급의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무상보육은 반대로 수요부터 크게 확대하는 이상한 정책이다. 그 결과 보육시설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아기들까지 대거 어린이집에 맡겨서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신 양육수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재원 소요에 비해 목적 달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글라스 코리건은 끝까지 실수였음을 주장하였지만 그가 '반대방향'으로 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의심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그가 당시로서는 위험한 대서양 횡단비행을 지속적으로 희망했지만, 당국이 안전에 문제가 많은 그의 허술하게 개조된 비행기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점도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한다. 21세기 한국의 코리건들도 속으로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책이 앞에 내건 목적을 향해 가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역행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실이 무엇이든 간에 훗날 발음도 비슷한 '반대방향 코리안'이라는 신조어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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