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콜라주(Bricolage)는 "만지작 거리다" 또는 "손에 닿는 어떠한 재료들이라도 창조적이고 재치 있게 활용한다"라는 뜻이다. 프랑스어 브리콜레(Bricoler)에서 유래됐고, 영어의 DIY(Do It Yourself)와 같은 뜻의 용어다. 이러한 브리콜라주 활동으로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사람을 브리콜뢰르(Bricoleur)라고 한다. 브리콜라주 개념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음악에서는 쓰레기통ㆍ빗자루 등 주변생활 도구들을 악기로 사용해 연주하는 장르를 의미하고, 영상예술에서는 손에 닿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프랑스의 '브리코라마'(Bricorama)나 '미스터. 브리콜라주'(Mr.Bricolage), 미국의 '로위스'(Lowe's)와 같은 브리콜라주 체인 매장에서는 거실ㆍ침실ㆍ주방ㆍ욕실ㆍ정원 등 집안 곳곳을 가꾸는데 필요한 전기 전자제품ㆍ가구ㆍ장식품ㆍ꽃모종ㆍ온냉방장치ㆍ페인트ㆍ배관장치ㆍ잔디깎기 기계 등 온갖 가재도구와 작업 도구를 완제품, 반제품, 부품별로 모두 갖추어 놓고 소비자 취향과 능력에 따른 DIY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직접 자동차 수리나 자신이 좋아하는 집도 지을 수 있도록 필요한 자재와 조립 도구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브리콜라주는 IT(정보기술)ㆍBT(생물)ㆍNT(나노)ㆍCT(인지)를 비롯한 모든 기술 간 융합이 하루가 다르게 촉진되고 있는 산업기술 생태계에 있어서도 유용한 개념이 되고 있다. 즉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망라한 모든 기술들이 독립적으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브리콜라주 매장처럼 함께 공존하면서 서로간의 융합이 잘 이루어 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이러한 토대 위에서 유능한 브리콜뢰르를 통해 창조적인 융합 기술제품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것이다.

워크맨으로 휴대용 음악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소니는 거대한 음반사도 보유하고 있었고 뛰어난 가전제품도 만들고 있었음에도 각 사업부문별로 조직과 회계장부가 별도로 관리 운영됨에 따라 보다 혁신적으로 통합적 제품을 계속 창출해 낼 수 없는 틀에 갇혀 있었다. 반면 애플은 단일 손익 구조아래 유연하고 결속력 있게 움직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음악과 음반, 가전기기를 통합적으로 묶어내고 이에 신기술과 디자인을 가미하여 아이팟을 만들어 냄으로써 결국 워크맨을 무너뜨렸다. 휴대폰의 경우에도 애플은 아이팟과 전화기능,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완벽히 결합한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내놓음으로써 기존 피처폰 강자들을 한순간에 패배자로 전락시켰다.

이와 같이 애플이 세계적인 혁신제품으로 시장을 지배해 나가는 것은 스티브 잡스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에서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애플은 기술과 기술 분야간의 결합뿐 만 아니라 음악, 영화와 같은 콘텐츠, 앱, 디자인과 같은 인문학까지 결합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는 것이다. 잡스는 회사 운영과 제품개발에 관한 주요사안을 다룰 경우 각 부서의 유능한 핵심요원 100여명으로 구성된 '더 톱 100'(The Top 100)이라는 비공식 전략모임을 통해 강력한 통합 리더십을 발휘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잡스는 현재의 융합기술시대에서 대표적인 브리콜뢰르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이 국가 차원의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산업기술 융합 생태계를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산업기술 주관부처의 조직과 운영도 브리콜라주 틀에 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산업 융합은 민간시장 주도로 활기 있게 전개되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정부와 민간이 서로 DIY 매장 틀에 따라 호흡을 맞추며 협력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 차기 정부 조직개편 논의와 관련해서도 현행 지식경제부와 같은 산업주관 부처 내에 IT를 비롯한 모든 기술 분야가 함께 자리 잡도록 함은 물론이고 여기에 디자인과 같은 인문 분야 담당 부서의 위상을 보다 격상시켜 애플형 브리콜뢰르 리더십이 발휘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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