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ㆍ삼성전자 미묘한 신경전
"블랙리스트 도입 앞두고 갈등 표면화" 해석도

KT와 삼성전자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스마트TV 인터넷 접속차단으로 촉발된 양사의 갈등은 이석채 KT 회장이 "해외보다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는 작심 발언으로 인해 전면전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일 통신 및 휴대폰 업계는 전날 이석채 회장의 "통신비 부담은 비싼 단말기 가격 때문"이라는 발언이 몰고 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공약에 대해 "우리나라 단말기가 외국보다 훨씬 비싸다"며 "단말기 값을 세계에서 유통하는 가격으로 한다면 (요금이)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평소 품고 있던 소신을 작심하고 발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의 발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휴대폰 보조금 실태 조사 결과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15일 공정위는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해 `고가 휴대폰을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통신 3사와 휴대폰 제조 3사에 대해 과징금 453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과징금의 대부분은 SK텔레콤(202억5000만원)과 삼성전자(142억8000만원)에게 몰렸다. 각각 통신 시장과 휴대폰 시장의 50% 이상을 점하고 있는 두 회사가 현재 휴대폰 보조금 구조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회장의 `고가 단말기' 발언 역시 간접적으로 SK텔레콤과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휴대폰 업계는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내심 불쾌하다는 표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쉽긴 하지만 고객사여서 입장을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휴대폰 업계 내부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에 매우 격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으로 KT와 삼성전자의 관계가 더욱 불편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지난 2월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4일간 제한했다가 풀었다. KT는 삼성전자에게 스마트TV의 망 사용대가를 요구했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스마트TV 제한 조치는 방통위 중재로 풀었지만 양사는 여전히 스마트TV에 대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9일에도 이 회장은 "공짜 점심은 없다"며 또다시 삼성전자를 공격했다.

삼성전자를 겨냥한 이 회장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에도 KT용으로 출시된 `쇼옴니아'폰이 제조사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자 `홍길동폰'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이 5월 블랙리스트 제도(단말기 자급제) 도입을 앞두고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블랙리스트는 이동통신사에 식별번호(IMEI) 등록하지 않은 휴대폰을 직접 고객이 구입해 가입할 수 있는 제도다.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하면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가 직접 휴대폰을 유통하게 된다.

강희종기자 m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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