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최근 광화문 네거리에 서면 마약중독 보다 앞서 게임중독을 경계하라고 열심히 알리는 대형 전광판의 공익광고를 보게 된다. 마약이란 용어가 사회적으로 격리되어야만 하는 공포의 대상이자 절대악을 표상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데, 마약중독보다 게임중독을 앞세우는 광고는 게임이 마약보다 더 심한 사회적 악으로 진단하는 것 같다. 그래서 반드시 사회에서 격리되어야만 하는 대상으로 사람들이 인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게임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여 왔다. 사실 관계나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뒷전이고 일단 게임을 모든 사회적 문제의 발단이라고 소리 높여왔다. 이후 각종 문제가 게임과 관계가 없음이 밝혀지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의 머릿 속에는 게임이 문제라는 잔상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과격하고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선동이 무서운 이유다. 이러한 왜곡에 대한 책임을 그 누구도 지지 않는다.

그동안 언론이 이런 행태를 반복해 왔다면,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게임을 단죄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한 정부는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에서 했던 것과 같이 게임에 대해 대중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정부에서 주관한 간담회에서 대다수의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연구들과 현장 전문가들이 게임은 학교 폭력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게임은 학교 폭력의 원인이고 청소년 문제의 원인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러한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현상적이고 가시적인 대상만을 지목해 규제를 하고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과연 정부가 해야 할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정부는 문제적 현상을 그저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당장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만인 것인가?

세계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게임을 공해산업, 마약으로 규정하는 국가는 IT 강국이라고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그동안 게임을 미래의 먹거리, 신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던 정부이다.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전 세계의 국가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훨씬 더 경쟁력이 있는 산업이다. 이미 국내 문화콘텐츠 전체 수출의 절반이 온라인게임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청년 일자리 창출 비율이 두자리 숫자인 성장 산업이다. 미래 네트워크환경의 진화에 따라 향후 온라인게임은 더 발전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토록 경쟁력 있고 전망 있는 자국의 콘텐츠를 스스로 규제하는 정부도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그동안 게임의 역기능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정과 학교에서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지만, 지금까지 가정과 학교에서의 게임문화 교육에 대한 협력과 지원에는 미온적이었다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니까 갑자기 근거없는 규제를 들고 마치 해결사인양 나서는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그동안 해야 할 일을 방기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현재 게임을 사회적으로 격리하려는 규제가 정말 우려되는 것은 사회가 자율적 역량을 키워 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이와 같은 규제 일변도의 문제해결 보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게임문화 교육, 학교와 학생, 부모와 자녀간의 소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부가 취해야 할 온당한 태도다. 게임은 이미 청소년들의 게임문화로 폭넓게 자리잡은 실체이며, 이를 주 이용층인 청소년들로부터 격리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창조ㆍ참여ㆍ소통이라는 미래 사회 성장의 화두를 실천하기 보다 '격리'라는 눈가리기를 통해 문제를 회피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이라도 관련한 논의가 보다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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