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사회적으로 집중적 비난의 대상이 된 두 집단이 있다. 바로 쇠고기 유통업자와 빵집 차린 재벌이다. 소 값이 폭락하면서 사료 값이 없어 굶어 죽는 소들이 나오고, 송아지 한 마리 값이 만 원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쇠고기 값은 별로 싸지 않다는 의문이 일자 급기야 정부가 나서 유통업자들을 폭리 착취의 주범으로 몰기에 이르렀다.

기억해 보면 필자가 학생이던 30년 전에도 농수산물의 유통단계가 복잡하고 폭리로 생산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보도를 보며 분노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경제학자로서 판단해보면 시장경제에서 독과점의 고착이나 정부 규제가 없다면 그런 상황은 지속될 수 없다. 유통단계를 줄일 수 있고, 이윤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틈새를 파고들어 진입하는 사업자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쇠고기 유통업자가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에는 허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정부가 조사한 쇠고기 유통마진은 40% 정도이다. 그런데 이 마진에는 도축ㆍ운송ㆍ보관ㆍ판매비용 및 점포임대료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부위와 등급, 부산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통경로 단순화에도 한계가 있고, 가격변동이나 신선도 유지 과정의 위험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KDI의 유통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육류 소매업의 유통마진율은 다른 소매업종들과 비교해도 바닥권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산 쇠고기 도매업은 이미 완전경쟁이고, 소매업은 각 소비자당 5개 업체가 경쟁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소 값 폭락에도 쇠고기 값은 그대로라는 주장도 성급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산지 소 값이 변화하면 이는 2개월 쯤 후 소매가격으로 전파된다. 다만 소 값이 하락해도 다른 비용은 그대로 들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 하락폭은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1++와 1+ 등 고급 한우는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제한되어 상대가격이 오르는 추세였다. 언론은 고급 한우 가격에만 주목하지만 모르긴 해도 낮은 등급의 쇠고기 가격 하락폭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참고로 가격이 1만원까지 떨어졌다는 송아지는 일반 육우이고, 한우 송아지의 가격은 130만원 정도였다. 물론 이 가격도 예전보다 폭락한 것이어서 농민의 시름은 깊다. 하지만, 유통 업자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축산수급 정책의 실패를 가리는 선정적 마녀사냥일 뿐이다.

주제를 바꿔서, 재벌이 빵집이나 커피숍까지 해야 하느냐는 비판은 계속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 갑자기 논란이 커지더니 급기야 호텔신라와 현대차ㆍ롯데 등이 줄줄이 사업 철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재벌이 명퇴자 창업 업종 1순위에다 이미 골목마다 몇 개씩 들어설 정도로 포화된 빵집이나 커피숍까지 차리는 것이 보기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보자. 재벌이 이런 업종 못하게 여론으로 압박해서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일까?

당장 사업 철회로 재벌가가 입을 피해는 별로 없지만 수백 명 기존 종업원들에게는 날벼락일 거라는 얘기는 접어두자. 동네 빵집들을 몰아내는 것은 호텔과 고급 주택가에서나 겨우 눈에 띄는 재벌 빵집이 아니라 대형 프랜차이즈라는 얘기도 이미 나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재벌이 어떤 대안을 택할 것이냐 이다. 원래 분야에 더 투자할까? 수익성과 성장성만 있다면 이미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국내 업종을 찾으라고? 어떤 업종이면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겠는가? 아니, 애초에 투자거리가 많았다면 왜 골목마다 빵집과 커피숍만 넘치겠는가? 해외 진출은 어떨까? 아마 재벌기업이 외국에 빵집을 연다면 비난할 사람은 적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투자와 고용증가 효과는 없고, 이익이 난다해도 재벌의 몫일 뿐이다.

재벌의 비윤리나 불법행위에 분노하는 것은 좋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나 사회적 기여요구도 필요하다. 하지만, 혹시 무의미한 때리기로 순간의 쾌감만 얻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생각해 보자. 고용 없는 성장의 고통은 내수 투자와 소비 진작을 이끄는 현명한 정책만이 덜어줄 수 있다. 왜 재벌이 빵집까지 하냐고 화를 내기보다는 고용창출이 되는 투자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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