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낙영 지식산업부장
"이거 다 어디갔어. 학교 앞 뽑기 다 어디갔어. 어릴적 놀던 스카이콩콩 다 어디갔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웃음의 소재로 잡은 세대공감 개그의 한 토막이다.

이 개그를 보면서 최근 반세기 동안 우리가 일궈낸 눈부신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자 그 자체인 우리 산업의 흥망성쇠를 떠올린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우리 경제는 수출의 역사고, 이는 근대 산업의 변화와 성장의 역사다. 우리 무역사에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것이 1964년이고, 이 후 100억달러(1977년)와 1000억달러(1995년)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지난해에는 수출 5500억달러를 돌파하며,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넘어선 산업선진국에 진입했다.

하지만, 우리 산업이 무역1조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잘 보존돼 있지 않다. 우리 전자산업의 첫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금성사의 첫 국산 라디오나 컬러 TV는 물론 80년대를 거쳐 90년대 이후 우리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을 해온 삼성반도체의 D램, 첫 국산 휴대폰, 자동차 수출의 첫 양산모델인 현대차의 포니 등 산업사의 기념비적인 상품을 일반인들이 직접 보고, 그 속에 숨어져 있는 역사를 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일 품목으로 첫 수출 1억달러를 넘어선 선박역시 정확히 언제 1억달러를 돌파했는지 불명확하다. 60년대말이나 70년대 초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IT와 자동차, 조선 등 수출 주력산업외에 가발과 신발, 섬유 산업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955년부터 1998년까지 개발된 유의미한 252개의 산업기술사물 가운데 이미 45%가 사라지고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상품은 당시의 산업구조를 설명하고 있고, 기술혁신을 담고 있다. 과거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데코레이션이 아니다.

산업기술의 발전사는 우리 경제의 격변기를 함께 한 우리 자신의 역사다. 한 예로 80, 90년대 전자산업 일선에 선 산업인들이 일본 소니가 일본도를 휘두를 때, 손톱깎기에 붙어 있는 작은 칼로 급소를 겨냥해 싸우는 심정으로 임했다는 후일담은 한낱 농담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반도체기술을 배우기 위한 노력은 또 어떤가. 눈물겨운 산업의 역사는 전 산업 곳곳에 숨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인들의 기술입국에 대한 땀과 열정, 정신에 대한 가치를 기리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산업기술 유물의 보존과 체계적인 전시는 이같은 무형의 정신에 대한 계승과 고취를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우리의 산업역사를 알리고, 체계화시켜 일반인들이 수시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의 설립은 그래서 꼭 필요하다. 산업선진국인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등은 산업기술 유물을 수집하고, 그 내면에 숨어져 있는 정신을 기리는 산업기술박물관을 19세기 전후로 건립해 운영해 왔다. 1794년에 세워진 프랑스 기술공예박물관이나, 영국의 과학기술박물관(1857년), 미국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1933년)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박물관은 산업과 과학기술에 대한 가치를 기리고, 우리 후세들에게 이를 어렸을 때부터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선진국들이 오래전부터 역사박물관과는 다른 산업박물관을 세우고, 운영해온 이유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산업계 일각에서 산업기술박물관의 건립을 추진하는 것에 대찬성이다. 혹자는 서울과 과천 등 수도권에만 과학관이 2개나 있고, 기차나 석탄박물관처럼 특화된 기념관이 있지 않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1964년 수출 1억달러 돌파 이후 수출산업 50년사를 담는 복합공간으로서 산업기술박물관은 차원이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근대 산업과 현재 산업의 역사를 체계화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정신을 고취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산업 역사를 쓰는 출발점이다. 부분적으로 과학관이나 특화된 박물관들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도 상관없다. 우리의 산업기술을 보존하며 정신을 기리는 것은 매년 지자체들이 유휴예산 소비를 위해 가로수를 정비하거나 멀쩡한 보도블록을 바꾸는 것에 비한다면 얼마나 숭고한 예산집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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