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삼성전자에서 18년 간 근무하면서 그룹 기술대상을 3번씩 받았던 반도체 전문가였다. 이러한 전문가적 능력을 인정받아 차장과 부장을 5년 만에 마치고 이사대우로, 바로 1년 뒤에는 상무로 고속 승진하면서 일반 사원들의 롤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후 하이닉스로 옮겨서는 8년 간 생산 효율성을 높여 적자에 빠져 있던 회사를 회생시킨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당시 무척이나 어렵던 하이닉스로 옮겨와 제조본부장을 맡아 부활시키더니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맡으면서 D램 수율(생산제품 중 완성품 비율)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성과까지 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모두 거치면서 어떠한 목표를 정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끈질긴 집념의 이 사나이에게 시련도 많았다. 초고속 승진으로 잘 나가던 삼성에서는 회사 내부 문제로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었고 자신이 부활시킨 하이닉스에서도 결국 선장이 되지 못하고 떠났다.

이러한 시련 속에서도 반도체 업계에서 하나의 신화가 됐던 그가 태양광 업체 수장으로 말을 갈아타 화제다. 화려한 성과를 뒤안길로 반도체업계를 과감히 떠나 최근 태양광 업계에 투신해 반도체에 이은 제 2의 성공 신화를 꿈꾸는 사람, 최진석 STX솔라 사장(54)을 서울 STX 남산 본사에서 만났다.

대담= 서낙영 지식산업부장

- 반도체 업계에서 태양광 업계로 자리를 옮긴 것이 이채롭다. 그동안 반도체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태양광 분야로 옮겨 온 이유와 STX솔라를 선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향후 태양광산업에서 고효율과 저비용이 화두로 떠오르게 되면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은 투자로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매우 낮은 태양광산업의 기술적 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30년 가까이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전문가로 인정받았던 능력을 바탕으로 태양광 업계에서 제 나름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옮기게 됐다. STX솔라는 2007년 11월 STX에너지에서 분사해 만 4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회사지만, STX그룹이 화력과 풍력 등 에너지분야를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어 향후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했다."

- 현재 태양광 시장 업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부터 심화된 유로존 위기와 함께 공급 과잉 우려가 겹치면서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태양광 시장, 어떻게 전망하나.

"다들 알다시피 현재 태양광 업계는 지난 3년간 화려한 시절이 끝나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모든 산업은 호황과 불황 사이클이 교차하면서 성장을 하는데, 태양광 업계는 이를 간과해 더 큰 충격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업황 사이클을 감안하면 업황 부진의 폭이 깊을수록, 업계의 구조조정 강도가 셀수록 본격적인 회복기는 더욱 빨리 올 수 있다. 현재 관점에서 보면 가장 큰 수요 시장인 유럽연합(EU) 경기 악화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시장 수요에 비해 공급과잉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태양광 수요가 23기가와트(GW)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태양전지(셀) 공급은 아마 수요의 배 이상 이뤄진 상태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무너진 수요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전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 현재 불황이 상당히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 하이닉스 재직시 투자 규모를 줄이면서도 수율을 높이는, 생산성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큰 성과를 냈다. 반도체 분야에서 내내 효율성을 강조해 왔다. 반도체 못지 않게 태양광에서도 효율이 매우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데.

"태양광 업계에서는 태양광을 통한 전력 생산비용이 화석연료를 사용해 발전하는 비용보다 낮아지는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달성 여부가 태양광의 본격적인 대중화 시기를 가늠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고비용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대중화 시기를 앞당기기는 어렵다. 그리드패리티 달성은 폴리실리콘ㆍ잉곳ㆍ웨이퍼ㆍ셀ㆍ모듈 등 각 밸류체인에서 가격 하락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도전적 과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향상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법 밖에 없다."

- 최근 유럽과 미국의 양대 산맥 속에서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산업의 강자로 떠오르며 세계 각국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국내 태양광 업계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면.

"현재 불황을 감안하면 태양광은 이미 투자를 많이 단행한 기업이 절대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 돼가고 있다. 기술적 장벽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효율성을 감안하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들어갔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1위 업체인 썬텍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왔다는 설은 기존 업체들이 극심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결국 우리가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반도체처럼 기술력을 높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술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야 미국ㆍ유럽ㆍ중국이 돈을 앞세워 태양광 시장을 끌고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가 기술적 장벽만 공고히 하면 판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 국내 태양광 업계는 미국과 유럽보다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 경쟁을 더 경계하는 분위기다. 중국에 비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차별화 경쟁력은.

"우리가 저비용으로 장비를 잘 만들고 그동안 축적된 반도체 기술력으로 태양광 분야에서도 기술적 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두 가지 점만 실행해도 충분히 중국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높다는 약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던데, 태양광 산업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우리가 우위에 있는 기술력을 활용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데, 굳이 중국이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자금만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은 판단 착오다."

- 회사 이야기를 해보자. STX솔라는 아직 태양광 업계에서도 신생업체다. 중소기업보다는 상황은 낫겠지만 올해 쉽지 않은 행보가 예상된다. 어떻게 사업을 끌고 갈 것인가.

"두가지 과제로 기술력 향상과 비용 절감을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을 혁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향후 1년 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회사가 영속성을 가지려면 비용절감을 통해 이익을 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불황을 감안하면 모두들 내년까지는 흑자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는 역발상으로 접근하려 한다. 이 달 중 2개 라인을 100% 가동하고 상반기 내로 1개 라인을 추가 가동해 공장 풀 가동체제를 갖춰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미 국내와 중국에서 수요를 확보한 만큼 풀 가동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어서 비용 절감을 통한 우수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모회사인 STX에너지와 협력을 공고히 해 광(光) 부문과 발전소 사업에 기여할 예정이다."

- 회사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인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기술력을 비롯한 모든 업무 능력의 원천은 사람인 만큼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도 있듯이 올해 회사가 생존과 성장이라는 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인력 확보에 전방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정리=이홍석기자 redstone@dt.co.kr 사진=유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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