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 2012 트렌드 짚기 (3) 방통 경쟁력 갖으려면

새해는 덕담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통신분야는 그러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난제도 많고 어느 해보다도 혼란스러운 2012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 해결하지 못한 방송통신융합법제, 지상파방송의 재전송, 미디어 렙, 공영방송 수신료, 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 유료방송의 HD전환 및 비대칭 규제, 2G 서비스 종료,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 700MHz 대역 용도 확정, 스마트폰 동영상서비스 및 스마트TV 서비스에 대한 법제 등 많은 난제들이 총선 및 대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장원리보다는 정치 논리 속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혹 이러한 문제들이 정치적 논리 속에서 해결된다면, 사업자간 갈등은 더욱 첨예화되면서 방송 통신시장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으며, 결과는 최종 이용자인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전이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해 보다도 방송통신위원회는 특정매체, 특정사업자에 치우침 없이 시장 환경변화에 따른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시장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방송통신시장에는 동영상서비스(OTT), 스마트TV 등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이를 관리할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태이다. 이들 서비스를 강하게 규제하면 서비스 자체가 진흥되기 어렵고, 특정사업자에 치우쳐 이를 방치할 경우 유사한 기존 서비스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들은 스마트폰의 이용 확대로 인해 비일비재하게 발생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 중립적 가치 속에서 선진국에서 적용하고 있는 다양한 이론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방송통신정책 결정에 이용되고 있는'파괴적 혁신이론'이다. 파괴적 혁신이론에 따르면, 혁신적인 서비스와 파괴적인 사업모델은 기존 기업보다는 신규사업자들이 시장진입 및 시장 개척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기존 방송통신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수익을 근간으로 보수적인 진화전략을 취하는 반면에 신규 비방송 통신사업자들은 기존의 시장질서나 규칙을 파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과 구글 같은 비통신 사업자의 시장진입과 스마트폰을 둘러싼 파괴적 혁신과 생태계 형성 등으로 시장질서와 경쟁구도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 스마트폰 시장 상황에서 입증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방송통신서비스에 의해 새로운 산업 내지 시장을 형성함에 있어 기존 시장지배적 방송통신사업자에 의존할 것인지 아니면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촉진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방안과 시장전개방식에 차이를 보인다. 전자의 경우 시장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는 반면에 변화의 속도나 규모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고, 후자의 경우 시장규모와 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기존 질서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사업자들과의 갈등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방송통신시장 발전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실 예로 DMB, IPTV서비스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따라서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방송통신시장의 구조 및 특성을 고려하여 이를 적용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둘째, 기존 시장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규 방송통신서비스의 도입은 '도전과 응전'이라는 시각에서 변화의 힘과 보존의 힘 간에 합당한 균형을 찾으려는 과정의 결과로 보고 방송통신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변화의 힘은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차원의 구조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며, 보존의 힘은 기존 시장을 지키려는 사업자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다. 실 예로 IPTV 도입 시 IPTV와 유료방송 간에, 종편 도입 시 종편과 지상파방송 간에, 그리고 DMB와 스마트폰 동영상서비스 간에 이러한 이론이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변화의 힘과 보존의 힘 간에 균형 잡힌 규제와 진흥이 수반돼야 시장이 성장하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

IPTV가 변화의 힘으로, 경쟁 유료매체가 보존의 힘으로 균형 있게 작용하여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IPTV의 동력인 콘텐츠가 제대로 제작 육성되어야 한다. 이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해 IPTV와 타 유료매체 간에 차이가 희석되었고, 이로 인해 시장규모는 크지 못하고 기존 시장을 분할하는 경쟁상황만 만들고 있다. 변화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동영상서비스가 활성화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보존의 힘으로 작용하는 DMB 서비스에 대해 얼마 전 재허가를 했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퇴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국내 기술로 개발된 DMB는 무료 보편적서비스이고 2013년 여유주파수를 확보하면 무선망 트래픽으로 유료화로 갈 수 밖에 없는 스마트폰 동영상서비스보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매체가 될 것이다.

방송통신시장은 하나의 틀 속에서 복잡하게 연결된 생태계를 가지고 있음으로 도전과 응전이 같이 존재해야 시장규모는 커진다. 희망한다.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는 특정매체, 특정사업자에 치우침 없이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많은 난제들을 해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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