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 납품사 대금 못 깎는다
판촉비 전가ㆍ반품도 금지
어기면 과징금ㆍ형사 처벌
업계 "현실성 없다" 반발


최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유통 분야의 불공정행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이는 "유통업계를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회는 지난 10월28일 백화점ㆍ대형마트ㆍTV홈쇼핑 등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고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납품업체의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유통업법을 본회의에서 의결,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법 제정을 계기로 유통산업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법 제정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규모유통업법의 추진 배경과 내용, 유통업계의 입장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 추진 배경 및 추진 절차=지난 1996년 유통시장 전면 개방 이후 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국내 유통시장 독과점화가 심화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유통업체가 대규모 구매력을 바탕으로 부당 반품, 경품ㆍ저가납품 강요 등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해도 납품업체는 거래중단을 우려해 이를 묵인해 왔습니다. 공정위가 2008∼2010년까지 실태조사 결과, 모든 대형유통업체(50여개)에게 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운용 중인 대규모소매업 고시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왔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중소납품업체들은 불공정관행 근절수단으로 관련법 제정을 1순위로 꼽은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13일 박선숙 의원이 대규모 유통업법을 발의한 데 이어 올해 6월10일 이사철 의원이 '대규모 소매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후 두 법안을 통합한 법안이 9월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ㆍ야 합의로 통과됐습니다. 이어 10월27일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 통과 후 28일 본회의를 통과하게 됐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 주요 내용 및 유통업계 입장은=대규모유통업법 시행에 따라 내년부터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상품대금 감액, 판촉비용 부담 전가, 상품수령 거부ㆍ지체, 상품 반품, 경제적 이익제공 요구, 상품권 구입요구, 배타적 거래 강요 등 행위가 법으로 금지되고 이를 어기면 과징금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게 됩니다.

그동안은 공정거래법에 의거해 내부 고시로만 규제하던 대규모유통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개별법으로 규제하게 됐다는 점에서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더 강력하게 단속ㆍ제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법안에서는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업자 등과 계약을 체결할 때 서면계약을 하도록 명시하고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납품업자에게 행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구체화해 금지시켰습니다. 특히 상품대금 감액, 상품수령 거부ㆍ지체, 상품의 반품, 경제적 이익제공 요구, 상품권 구입요구 등에 대해 유통업자가 정당성을 소명ㆍ입증토록 책임을 부여했습니다.

이 법안은 또 특약매입거래 등의 경우, 상품판매대금을 월 판매마감일부터 40일 이내에 납품업자에게 지급토록 하고, 판촉비용은 판촉행사로 인한 예상이익의 비율로 부담하되 납품업자 부담분이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했습니다. 또 판촉사원 파견은 특수한 판매능력을 갖춘 숙련사원을 파견받아 납품받은 상품 관련 업무에만 종사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토록 하고 계약 기간 중 매장위치ㆍ면적ㆍ시설 변경의 경우, 일정한 매장 설비비용을 보상토록 했습니다.

법안은 이와 함께 불공정거래행위 발생 때 납품대금이나 연간 임대료에 해당하는 범위 내의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고 배타적 거래 강요, 경영정보 제공 요구, 보복조치, 시정조치 명령 불이행시 최고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백화점협회ㆍ한국온라인쇼핑협회 등 유통업계 5개 단체는 이에 대해 "행정편의적 입법으로 과잉규제가 남발될 수 있다"며 법안에 반대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이 법률은 마치 시민에게 절도범 누명을 씌운 다음 누명을 벗으려면 시민이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라는 것과 같다"며 "어느 법률에서도 업계에 입증을 명한 경우는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어 "법안이 계약서를 작성해 5년 간 보관하도록 하는 등 거래를 규범적으로 묶어 둬 끊임없이 변하는 유통 트렌드에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이 법안은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으며 혜택을 보는 것은 공정위가 아닌지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채윤정기자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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