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경 엔키아 전략사업팀장
애플의 아이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놓고, 이제는 소프트웨어(SW)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몇 장면이 떠올랐다. "마징가Z가 더 세다", "로보트태권V가 더 세다"며 서로 싸웠던 장면, 마징가가 우리나라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극심한 배신감에 휩싸였던 장면, 아무 이유 없이 태권V가 자랑스러웠던 장면.

정부에서는 SW나 부품소재를 외국에 의존하는 국내 IT산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IT미래비전기획단, 월드베스트SW사업 같은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기업은 총수가 직접 나서서 SW 인재 확보를 독려하고 있다. 또 우수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중소기업들은 처우를 대폭 개선하고 있다. 우리나라 SW산업에도 봄날이 온 것일까?

불행하게도 국산 SW 벤처기업 일선에서는 그러한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나오고 투자가 늘어나도, 해결되지 않는 목마름이 여전히 남아 있다.국산 SW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SW 분리발주나 나라장터를 통한 국산 SW 구매정책이 있어도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사업을 여러 개로 분리해 입찰하면 관리가 힘들다며 대기업 SI를 통해 통합 발주한다. 글로벌 외산 SW를 선택하면 문제가 생겨도 면책을 할 수 있다며, 국산은 입찰에 참가조차 못하기도 한다. 외산 SW에는 할 수 없는 커스터마이징 요구도 국산에겐 당연한 일이다.외산 SW들의 높은 유지보수요율은 비난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이고, 국산 SW 유지보수요율은 인정해주지 않는다.

애국심에 호소하며 무조건 봐달라 애걸하고 싶지도 않지만, 정책적 보호 육성이나 투자가 없으면 안될 정도로 대한민국 SW가 허약하지도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상대해 볼만한 기술과 열정, 자신감을 우리는 갖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상식과 공정한 기회뿐이다. 필자처럼 아무 이유 없이 태권V를 자랑스러워했던 뜨거운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산 SW를 응원해주면 좋겠다. 그 응원에 힘입어 우리는 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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