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각국의 국채 만기가 다음달 집중돼 금융시장의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여부를 결정한다.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도미노` 가능성도 있다. 각국의 3분기 실적이 신통찮을 것으로 예상돼 대외 변수는 시장 불안을 가중할 전망이다. 국내 채권시장은 외국인 이탈 조짐이 나타나 환율 급등을 촉발할 수도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하는 상황이지만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공조가 점차힘을 발휘해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프랑스ㆍ스페인 등 1천억유로 국채 만기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4개국이 발행한 국채 952억유로(약 152조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프랑스 518억유로, 스페인 241억유로, 이탈리아 157억유로, 그리스 36억유로 등이다.

특히 스페인은 다음달 21일(100억유로)과 31일(141억유로) 상환해야 하는 국채가 스페인 전체 부채의 각각 1.20%, 1.77%에 해당한다.

KB투자증권 김수영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이 그동안 긴축 노력을 했지만, 부채대비 만기 규모가 워낙 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4개국은 11월과 12월에도 각각 762억유로, 695억유로의 국채 상환이 예정돼 있다.

다음달에는 무디스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용등급 조정 여부를 결정해 주목된 다. 이탈리아는 지난 6월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랐다. 무디스의 이탈리아 신용등급은 S&P와 피치보다 높아 조정 가능성이 크다. 스페인도 7월 `부정적 관찰` 대상에올라 다음달 조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각국의 결단을 요구하는 정치 일정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달 3~4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그리스 1차 구제금융의 6차분(80억유로)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은행권 자금 경색을 막고자 `커버드본드`(주택담보대출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 매입 방안을 검토한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14~15일), 유럽정상회담(17~18일), 중국ㆍEU 정상회담(25일) 등도 예정돼 있다.

◇국내 채권시장 외국인 이탈 조짐다음달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채권시장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가 가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했지만, 채권시장은 사실상 무풍지대였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팔면서도 채권은 매수 규모를 줄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외국인의 채권시장 이탈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채권시장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국고채 금리는 급등하고 국채선물은 급락했다. 외국계 `큰 손` 프랭클린템플턴이 국채를 팔았다는 소식이 참가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랭클린템플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부 펀드가 전날 투자자의 환매 요청으로 채권 비중을 줄였다고 보도했다. 매도 규모는 2천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매물이 많지 않았지만, 템플턴이 국내 채권을 10조원 이상 보유한 대형 외국계라는 점에서 시장에 는 나쁜 신호로 해석된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템플턴의 국고채 매도 소식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혹시나 했던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채권 매수 규모를 줄여 27일까지 580억원의 국내 채권을 순매도했다. 유럽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1조2천36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채선물 시장에서는 이미 외국인 이탈이 본격화하는 추세다.

지난달 7조4천400억원의 국채선물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28일까지 3조5천6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3분기 실적발표 `어닝쇼크` 우려 개별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낮아져 다음달 찾아오는 실적 발표 기간에 `어닝쇼크`가 잇따라 터질 우려도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 자료를 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월 말 28조2천억원에서 전날 25조6천억원으로 불과 두 달 만에 10% 가까이 급감했다.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증권사 1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한 114개 기업을 포함한 수치다. 국내 증시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전자(IT) 업종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5조4천억원에서 3조7천억원으로 30% 넘게 줄었다. 통신서비스(-24%), 유틸리티(-9%), 산업재(-4%) 등의 업종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달 거시와 미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영향이 그동안 외국에서 연발한 악성 재료를 역전할 수 있다. 재료는 순간적이 지만 펀더멘털은 오래가기 때문에 주가가 하향 평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달 말 발표되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8월 선행종합지수가 4개월 만에 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회복 기대가 꺾이고 전망이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2.0%였던 선행지수 전년 동월 비가 1.5%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국제 정책 공조 기대는 커져 최대 고비로 꼽히던 9월을 거의 넘겼지만,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10월에도 불확실성이 크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가 악화하자 그동안 미온적인 대처로 위기를 확산시켜온 국제 사회가 공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 각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주요 20개국(G20) 등의 행보가 빨라지며 시장을 다소 안정시키고 있다. 특히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이 합의되고 그리스 2차 구제안이 통과되면 위기 진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정책 선택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인데, 유럽 각국이 최근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EFSF 증액 합의는 위기 진정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시장 환경 악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임계점을 넘기지 않기 위한 정책 공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CB는 다음달 6일 이사회에서 자산담보부증권(Covered-Bond) 재매입과 금리 인하 등 유동성 확충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국내 주식시장도 유로존의 정책 대응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8~9월보다 저점을 낮추지는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불안한 균형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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