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권에 이미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각종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하고 외국인들의 채권시장 이탈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나 유로존 불안심리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음에도 한국은 각종 경제지표가 양호하고 정부의 의지가 강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의 외환시장 분석 결과를 보면 최근 환율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대신증권은 21일 원ㆍ달러 환율(20일 기준 1,148.4원)이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1,160원)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홍순표 시장전략팀장은 "최근의 원ㆍ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과 변동성 확대는 유럽의 재정 문제가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원ㆍ달러 환율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 당시인 2010년 4월 1,104원과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요청한 그해 11월 1,142.3원 수준을 모두 웃돈다.

홍 팀장은 "환율의 하루 변동성만 놓고 본다면, 심리적으로 외환시장은 이미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신청 당시를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 채권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 나왔다.

HMC투자증권 이영원 연구원은 "외국시장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주식시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의 성격이 두드러져 강세를 보인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일제히 오르고 원ㆍ달러 환율은 급등해 1,14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로존에 대한 의구심은 유럽을 넘어서 전 세계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정책 대응이 이어지고 있어 구체적 형태와 효과에 대한 신뢰가 확산 차단 여부를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유럽발 위기 여파가 한반도까지 미쳤음에도 과도한 불안심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유럽 상황 변화로 환율이 추가로 오른다면 2010년 5월 그리스 부도 위험에 따른 환율 수준(1,200원대 초반)을 1차 고점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정부 개입이 확대될 가능성과 이번주 주요 20개국(G20) 및 10월 초 유럽 재무장관 회의 등이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외채 건전성도 개선돼 환율 급등 위험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원ㆍ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에서 단기 대외채무가 급격히 회수된 탓에 촉발됐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단기 대외채무가 줄고, 장기물이 증가해 장단기 대외채무 비중이 개선됐다"고 지적했다.

홍순표 팀장 역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개선된 한국의 외환 건전성을 고려한다면 환율 상승 속도는 조절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또, 21~22일 열리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유동성 확충정책을 발표하면 달러화 강세를 제한해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 조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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