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초대석 - 김정일 시그네틱스 대표
45년 축적된 반도체 후공정 기술 세계적 수준
취임 후 해외 인맥 활용 공격 마케팅 힘 쏟아
MCP제품 수요 확대…올 30%대 고성장 기대
대담=서낙영 지식산업부장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패키징ㆍ후공정 전문기업인 시그네틱스는 최근 퀄컴을 비롯,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소니 등 글로벌 전자ㆍ반도체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엔 해외매출만 70억원을 넘기면서 해외 매출 비중도 점점 높아가는 추세다. 특히 올해 안에 엘에스아이로직(LSI Logic), 맥심(Maxim) 등 해외 반도체 업체들과의 공급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향후 1∼2년 이내 국내외 매출구조를 50대 50으로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그네틱스는 일반적인 반도체 패키징 기업과 달리 메모리와 비메모리 제품다각화에 성공했으며, 기술력을 앞세운 공격적 해외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고객 다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시그네틱스의 이같은 행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정일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반도체 패키징 및 후공정 산업과 회사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 취임 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취임 후 부쩍 회사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데.
"사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시그네틱스가 한 때 굉장히 어려웠는데, 2007년부터 안정화 됐다. 나는 늦게 합류했는데 이미 그 땐 우리 직원들이 힘을 합쳐서 어려움을 극복한 시기였다. 그래서 지난 3년 간 성과는 좋았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30% 이상 성장해 매출이 3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사업이 잘 되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직원들이 열심히 해야 되고, 옆에서 도와주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적으로 우호적인 '운'이 중요하다. 이 3박자를 갖추면 어떤 사업도 가능하다.
2008년과 2009년 반도체가 전반적으로 어려울 때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었는데, 그건 제품과 고객 다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첨단 전자기기 등의 등장으로 외부적 요인 또한 크게 작용했으며 내부적으로는 R&D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양산으로 빠른 회생이 가능했다고 본다. 타이밍도 좋았다. 확장을 통해 준비가 된 상황에서 물량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기업이 잘 될 수밖에 없다. 여러 모로 운이 좋았고 직원들이 너무 잘 해 준 것 같다."
- 특히 올해 실적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적 상승 배경은 무엇인가.
"올해 2분기 매출액은 733억원, 영업이익 91억원, 당기순이익 76억원을 달성했다. 이러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106%, 당기순이익은 125% 상승한 수치다. 이례적인 매출신장이다. 이는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수요증대에 힘입어 멀티칩 패키지(MCP)제품의 매출확대에 따른 것이다. 또 해외서 최근 비메모리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음에 따라 해외 수주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 시그네틱스가 반도체 회사로, 아직 IT업체들에게도 생소한 편이다. 시그네틱스는 어떤 회사인가.
"시그네틱스는 1966년 우리나라 최초 외국인투자법인으로 설립돼 반도체 후공정의 업종으로 OEM방식의 생산을 시작했다. 45년 역사만큼이나 축적된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에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으로 국내메이저 반도체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인지도가 높다. 해외 시장의 인지도를 통해 글로벌 시장 확장과 개척에 경쟁사 대비 유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공정은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뉜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이 전공정이라면 패키징과 테스트 작업이 후공정이다. 반도체 웨이퍼(Wafer)에 전기회로가 인쇄된 칩(Chip) 자체만으론 외부의 전력을 공급받을 수 없고 실행을 할 수 없다. 또한 칩은 미세한 회로를 담고 있어 외부의 충격에 취약하다. 따라서 칩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전기적 연결을 해주고 외부의 충격에 견디도록 물리적인 기능과 형상을 갖게 해주는 것이 반도체 패키징 공정이다."
- 김 대표는 현재 국내 최고의 반도체 후공정 전문가이기도 하다. 당시 공부하던 때만 하더라도 국내는 반도체 후공정은 커녕 반도체 산업에서도 불모지와 다름 없었다. 이 분야에 발을 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다른 친구들처럼 어떻게 보면 무작정 떠난 해외 유학이었다. 재료공학을 하면서도 이 분야를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미국 왓슨 연구소에 들어가면서 그 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 IBM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반도체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은 반도체 붐은 없었는데, 연구소에서 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 LG, 현대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커지면서 가족 문제도 있고 해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다.
패키징 테스트 분야는 재료공학을 공부하던 사람들이 가장 빨리 자리를 잡기 좋은 분야라고 생각했다. 후공정 분야를 계속 하려면 LG, 삼성보다 암코테크놀로지와 같이 패키징 전문 기업에서 근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
- 현재 시그네틱스 모기업은 영풍 그룹이다. 영풍 그룹과 원래 인연이 있었는가.
"여기 들어오기 전까지 영풍 그룹과 연결 고리는 전혀 없었다. 다만 영풍그룹 장회장께서 이 자리를 전문가에게 맡겨서 새롭게 일을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내 이름이 많이 거론됐다고 한다. 결국 영풍그룹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영풍그룹이 시그네틱스와 반도체 산업에 대해 갖고 있는 강한 애정을 알게 됐다.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취임 전부터 시그네틱스는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기술력을 갖고도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취임 뒤 가장 중점을 둔 것이 회사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고객 다변화다. 버클리 연구원 시절부터 쌓아 둔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고객 다변화를 이루었고 앞으로도 회사 글로벌화에 가장 큰 비중을 둘 예정이다.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으면 우리 사업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그 고객사가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치명타이기 때문이다. 특정 고객사로부터 절대적인 양을 줄이자는 게 아니라 비율 조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늘리자는 게 내부 방침이다.
시그네틱스는 반세기 동안 반도체 패키징만 집중했던 노하우와 기술력이 그대로 남아 있는 기업이다. 이 분야 세계 1~2위인 ASE, 암코테크놀로지 등과 비교해 기술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 삼성전자 비메모리부분 전략사이트 가입으로 영업적 우위와 함께 기술력을 외부적으로도 널리 인정받게 됐다."
- 매출 다변화에 힘 쏟고 있다고 했는데, 현재 그 결과는 어떤가.
"먼저 매출처의 다양화에 힘을 쏟은 이유는 특정고객에 의해 경영이 좌지우지 되지 않고 굳건한 경영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해외신규고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곧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해외신규고객은 도시바(TOSIHBA), 소니(SONY), 마크로닉스(Macronix),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퀄컴(Qualcom) 등이다.
현재 시그네틱스의 해외 수출 비중은 30%이며 그 중 브로드 컴(Brodcom) 15%, PMC 5%, 오디언스(Audience) 4% 정도다. 앞으로 고객 맞춤 서비스를 통해 기존 거래처 수주 확대는 물론, 신규업체를 개발해 향후 도시바, 소니, 마크로닉스, TI, 퀄컴 등의 수출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 국내 반도체 후공정 산업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비메모리와 메모리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반도체 후공정 산업은 STS 반도체, 하나마이크론 등과 함께 시그네틱스가 3대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나마이크론과 STS반도체는 국내 중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시그네틱스는 엠코테크놀로지, ISE 등 해외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하다. 따라서 국내 기업보다 해외 기업들과 더 자주 맞붙는 편이다.
STS반도체와 하나마이크론이 매출은 조금 더 많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국내는 덩치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순이익이 얼마인지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조합만 잘하면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여럿 있다. 특히 해외 쪽 사업은 모두 비메모리 분야이며, 메모리와 비메모리 비중을 살펴보면 약 50대 50정도다."
- 사업 특성 상 전체 반도체 산업 흐름을 주의 깊게 볼텐데, 반도체 산업 반전은 언제쯤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외국 쪽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멀티칩패키지와 같이 전략 품목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사실 해외도 보면 품목마다 크게 다른 것 같다. 텔레커뮤니케이션 분야는 여전히 크게 성장하고 있어서 확실히 '어떻다'라고 규정짓기는 어려운 것 같다.
엠코테크놀로지에서 근무를 할 땐 해외 고객사 물량 규모를 보면 대충 감이 잡을 수 있었다. 현재는 거기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가라앉지 않았나 생각한다. 반등이 언제 될 수 있을지는 참 어려운 질문이다. 전자기기에서 반도체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전자, IT 산업은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이 쫓아가는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려우니 함께 좋지 않은 형국이다. 최종 소비자들이 전자기기 구매 비중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이 언제 바뀌느냐가 중요하다."
- 국내도 비메모리 반도체 발전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스피드 경쟁이 중시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분명 한계가 있다. 따라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10년 전에도 정부에서 관련 세미나와 포럼 자리를 통해 어떻게 비메모리 분야를 강화시킬 수 있냐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갔다.
비메모리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시스템을 아는 사람들이 개발을 해야 한다. 시스템에 어떤 게 필요한 지 아는 사람만이 개발을 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바로 마케팅이다. 메모리는 성능만 올리면 어떻게든 팔린다. 하지만 비메모리는 새로운 칩을 만들면 이게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잘하는지 선전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애플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예전엔 RIM이 그런 것을 잘했다. 아직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를 보면 뒤를 쫓아가는 상황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주도해서 아무도 잘 모르는 것을 앞서 나가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국내 반도체설계(팹리스) 기업들도 밖으로 눈을 돌려 판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정 영역에 매몰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인텔은 PC만 생각한 나머지 모바일을 간과했다. 이건 우리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 회사 중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올해 매출 3200억원이 정확히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300억원은 넘을 것으로 본다. 내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30% 성장하면 4000억이 넘는데 목표치를 조금 상향 조정해서 5000억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우리 모토 중 하나가 '3+5=10'이다. 3년 안에 5000억을 해서 세계 톱 10에 들어가자는 내용이다. 내년이 3년 째 되는 해인데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ASA는 32억 달러, 엠코테크놀로지는 27억 달러 매출 규모를 자랑한다. 내가 엠코 들어갔을 때가 93년 2월인데 약 2억 달러 매출이었다. 15년 사이 10배 이상 큰 셈이다. 물론 인수 합병은 있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여기 처음 부임했을 때 시그네틱스가 1800억 정도 연 매출을 기록했다. 93년 엠코와 비슷하다. 우리는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까지는 간단하게 목표를 달성했으며, '3+5=10'이 쉽진 않겠지만, '4+5=10'은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경기에 따라 변동 될 수 있다. 우리가 모든 라인 업을 풀 가동 했을 때 월 400억 정도 매출이 가능하다. 연 5000억 원 규모다."
정리=강승태기자 kangst@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45년 축적된 반도체 후공정 기술 세계적 수준
취임 후 해외 인맥 활용 공격 마케팅 힘 쏟아
MCP제품 수요 확대…올 30%대 고성장 기대
대담=서낙영 지식산업부장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패키징ㆍ후공정 전문기업인 시그네틱스는 최근 퀄컴을 비롯,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소니 등 글로벌 전자ㆍ반도체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엔 해외매출만 70억원을 넘기면서 해외 매출 비중도 점점 높아가는 추세다. 특히 올해 안에 엘에스아이로직(LSI Logic), 맥심(Maxim) 등 해외 반도체 업체들과의 공급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향후 1∼2년 이내 국내외 매출구조를 50대 50으로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그네틱스는 일반적인 반도체 패키징 기업과 달리 메모리와 비메모리 제품다각화에 성공했으며, 기술력을 앞세운 공격적 해외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고객 다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시그네틱스의 이같은 행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정일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반도체 패키징 및 후공정 산업과 회사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 취임 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취임 후 부쩍 회사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데.
"사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시그네틱스가 한 때 굉장히 어려웠는데, 2007년부터 안정화 됐다. 나는 늦게 합류했는데 이미 그 땐 우리 직원들이 힘을 합쳐서 어려움을 극복한 시기였다. 그래서 지난 3년 간 성과는 좋았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30% 이상 성장해 매출이 3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사업이 잘 되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직원들이 열심히 해야 되고, 옆에서 도와주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적으로 우호적인 '운'이 중요하다. 이 3박자를 갖추면 어떤 사업도 가능하다.
2008년과 2009년 반도체가 전반적으로 어려울 때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었는데, 그건 제품과 고객 다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첨단 전자기기 등의 등장으로 외부적 요인 또한 크게 작용했으며 내부적으로는 R&D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양산으로 빠른 회생이 가능했다고 본다. 타이밍도 좋았다. 확장을 통해 준비가 된 상황에서 물량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기업이 잘 될 수밖에 없다. 여러 모로 운이 좋았고 직원들이 너무 잘 해 준 것 같다."
- 특히 올해 실적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적 상승 배경은 무엇인가.
"올해 2분기 매출액은 733억원, 영업이익 91억원, 당기순이익 76억원을 달성했다. 이러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106%, 당기순이익은 125% 상승한 수치다. 이례적인 매출신장이다. 이는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수요증대에 힘입어 멀티칩 패키지(MCP)제품의 매출확대에 따른 것이다. 또 해외서 최근 비메모리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음에 따라 해외 수주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 시그네틱스가 반도체 회사로, 아직 IT업체들에게도 생소한 편이다. 시그네틱스는 어떤 회사인가.
"시그네틱스는 1966년 우리나라 최초 외국인투자법인으로 설립돼 반도체 후공정의 업종으로 OEM방식의 생산을 시작했다. 45년 역사만큼이나 축적된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에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으로 국내메이저 반도체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인지도가 높다. 해외 시장의 인지도를 통해 글로벌 시장 확장과 개척에 경쟁사 대비 유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공정은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뉜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이 전공정이라면 패키징과 테스트 작업이 후공정이다. 반도체 웨이퍼(Wafer)에 전기회로가 인쇄된 칩(Chip) 자체만으론 외부의 전력을 공급받을 수 없고 실행을 할 수 없다. 또한 칩은 미세한 회로를 담고 있어 외부의 충격에 취약하다. 따라서 칩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전기적 연결을 해주고 외부의 충격에 견디도록 물리적인 기능과 형상을 갖게 해주는 것이 반도체 패키징 공정이다."
- 김 대표는 현재 국내 최고의 반도체 후공정 전문가이기도 하다. 당시 공부하던 때만 하더라도 국내는 반도체 후공정은 커녕 반도체 산업에서도 불모지와 다름 없었다. 이 분야에 발을 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다른 친구들처럼 어떻게 보면 무작정 떠난 해외 유학이었다. 재료공학을 하면서도 이 분야를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미국 왓슨 연구소에 들어가면서 그 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 IBM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반도체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은 반도체 붐은 없었는데, 연구소에서 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 LG, 현대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커지면서 가족 문제도 있고 해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다.
패키징 테스트 분야는 재료공학을 공부하던 사람들이 가장 빨리 자리를 잡기 좋은 분야라고 생각했다. 후공정 분야를 계속 하려면 LG, 삼성보다 암코테크놀로지와 같이 패키징 전문 기업에서 근무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
- 현재 시그네틱스 모기업은 영풍 그룹이다. 영풍 그룹과 원래 인연이 있었는가.
"여기 들어오기 전까지 영풍 그룹과 연결 고리는 전혀 없었다. 다만 영풍그룹 장회장께서 이 자리를 전문가에게 맡겨서 새롭게 일을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내 이름이 많이 거론됐다고 한다. 결국 영풍그룹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영풍그룹이 시그네틱스와 반도체 산업에 대해 갖고 있는 강한 애정을 알게 됐다.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취임 전부터 시그네틱스는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기술력을 갖고도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취임 뒤 가장 중점을 둔 것이 회사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고객 다변화다. 버클리 연구원 시절부터 쌓아 둔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고객 다변화를 이루었고 앞으로도 회사 글로벌화에 가장 큰 비중을 둘 예정이다.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으면 우리 사업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그 고객사가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치명타이기 때문이다. 특정 고객사로부터 절대적인 양을 줄이자는 게 아니라 비율 조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늘리자는 게 내부 방침이다.
시그네틱스는 반세기 동안 반도체 패키징만 집중했던 노하우와 기술력이 그대로 남아 있는 기업이다. 이 분야 세계 1~2위인 ASE, 암코테크놀로지 등과 비교해 기술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 삼성전자 비메모리부분 전략사이트 가입으로 영업적 우위와 함께 기술력을 외부적으로도 널리 인정받게 됐다."
- 매출 다변화에 힘 쏟고 있다고 했는데, 현재 그 결과는 어떤가.
"먼저 매출처의 다양화에 힘을 쏟은 이유는 특정고객에 의해 경영이 좌지우지 되지 않고 굳건한 경영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해외신규고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곧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해외신규고객은 도시바(TOSIHBA), 소니(SONY), 마크로닉스(Macronix),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퀄컴(Qualcom) 등이다.
현재 시그네틱스의 해외 수출 비중은 30%이며 그 중 브로드 컴(Brodcom) 15%, PMC 5%, 오디언스(Audience) 4% 정도다. 앞으로 고객 맞춤 서비스를 통해 기존 거래처 수주 확대는 물론, 신규업체를 개발해 향후 도시바, 소니, 마크로닉스, TI, 퀄컴 등의 수출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 국내 반도체 후공정 산업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비메모리와 메모리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반도체 후공정 산업은 STS 반도체, 하나마이크론 등과 함께 시그네틱스가 3대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나마이크론과 STS반도체는 국내 중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시그네틱스는 엠코테크놀로지, ISE 등 해외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하다. 따라서 국내 기업보다 해외 기업들과 더 자주 맞붙는 편이다.
STS반도체와 하나마이크론이 매출은 조금 더 많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국내는 덩치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순이익이 얼마인지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조합만 잘하면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여럿 있다. 특히 해외 쪽 사업은 모두 비메모리 분야이며, 메모리와 비메모리 비중을 살펴보면 약 50대 50정도다."
- 사업 특성 상 전체 반도체 산업 흐름을 주의 깊게 볼텐데, 반도체 산업 반전은 언제쯤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외국 쪽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멀티칩패키지와 같이 전략 품목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사실 해외도 보면 품목마다 크게 다른 것 같다. 텔레커뮤니케이션 분야는 여전히 크게 성장하고 있어서 확실히 '어떻다'라고 규정짓기는 어려운 것 같다.
엠코테크놀로지에서 근무를 할 땐 해외 고객사 물량 규모를 보면 대충 감이 잡을 수 있었다. 현재는 거기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가라앉지 않았나 생각한다. 반등이 언제 될 수 있을지는 참 어려운 질문이다. 전자기기에서 반도체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전자, IT 산업은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이 쫓아가는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려우니 함께 좋지 않은 형국이다. 최종 소비자들이 전자기기 구매 비중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이 언제 바뀌느냐가 중요하다."
- 국내도 비메모리 반도체 발전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스피드 경쟁이 중시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분명 한계가 있다. 따라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10년 전에도 정부에서 관련 세미나와 포럼 자리를 통해 어떻게 비메모리 분야를 강화시킬 수 있냐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갔다.
비메모리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시스템을 아는 사람들이 개발을 해야 한다. 시스템에 어떤 게 필요한 지 아는 사람만이 개발을 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바로 마케팅이다. 메모리는 성능만 올리면 어떻게든 팔린다. 하지만 비메모리는 새로운 칩을 만들면 이게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잘하는지 선전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애플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예전엔 RIM이 그런 것을 잘했다. 아직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를 보면 뒤를 쫓아가는 상황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주도해서 아무도 잘 모르는 것을 앞서 나가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국내 반도체설계(팹리스) 기업들도 밖으로 눈을 돌려 판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정 영역에 매몰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인텔은 PC만 생각한 나머지 모바일을 간과했다. 이건 우리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 회사 중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올해 매출 3200억원이 정확히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300억원은 넘을 것으로 본다. 내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30% 성장하면 4000억이 넘는데 목표치를 조금 상향 조정해서 5000억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우리 모토 중 하나가 '3+5=10'이다. 3년 안에 5000억을 해서 세계 톱 10에 들어가자는 내용이다. 내년이 3년 째 되는 해인데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ASA는 32억 달러, 엠코테크놀로지는 27억 달러 매출 규모를 자랑한다. 내가 엠코 들어갔을 때가 93년 2월인데 약 2억 달러 매출이었다. 15년 사이 10배 이상 큰 셈이다. 물론 인수 합병은 있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여기 처음 부임했을 때 시그네틱스가 1800억 정도 연 매출을 기록했다. 93년 엠코와 비슷하다. 우리는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까지는 간단하게 목표를 달성했으며, '3+5=10'이 쉽진 않겠지만, '4+5=10'은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경기에 따라 변동 될 수 있다. 우리가 모든 라인 업을 풀 가동 했을 때 월 400억 정도 매출이 가능하다. 연 5000억 원 규모다."
정리=강승태기자 kangst@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