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예년 수요감안 발전기 정비"… 기상 등 변수 체계화해야
■ `전력대란` 문제점은

지난 15일 전국적 정전이 발생하면서 전력당국의 안이한 전력 수요 예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 인상 등 전력수급 관련 이슈도 대두되면서 관련 논의가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15일 지역별 순환정전으로 인해 발생한 전력수급 문제는 주말을 거치며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16일 전력거래소는 정비에 들어갔던 발전소의 추가 가동 등으로 전날보다 공급량(전력 공급능력 7121만㎾)을 늘리며 수급 안정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 날 오후 한 때 예비전력량이 313만㎾까지 하락하며 주의 경보가 발령됐지만 이후 전압 조절 등을 통해 무사히 넘겼다. 주말인 17ㆍ18일은 사무실 휴무로 인해 전력수요가 줄면서 전력 수급은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주먹구구식 전력수요 예측시스템, 책임 공방 거세지나= 그러나 전력수급 위기를 넘기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책임 공방은 거세질 전망이다. 1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한차례 소환됐던 지식경제부는 19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고 전력수요 예측 실패와 전국적 정전을 불러온 단전조치에 대한 책임을 집중 추궁 받을 전망이다.

15일 정전 당시 전력 예비력은 24만㎾에 불과할 정도로 자칫하면 전국적인 동시정전(블랙아웃)까지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15일 전력수요를 6400만㎾ 정도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6700만㎾를 넘기면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한국전력 등 전력당국의 설명이다.

15일 전력공급 능력이 전날에 비해 낮아진 것은 지난 9일 여름철 비상 수급 기간 종료로 발전기 23대가 일시에 정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측은 이번 발전기 정비가 통상적으로 이뤄져 온 일이었고, 전날의 높은 예비력과 예년의 수요를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력당국이 이날 예상치 못했던 9월 늦더위는 이미 전 주의 기상예보를 통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는 면에서 이같은 조치는 주먹구구식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전력당국의 전력수요 예측이 기상예보 등 외부변수를 보다 면밀히 고려하는 등 체계화, 정밀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정전 조치에 사전 예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전력당국인 한국전력과 감독기관인 지식경제부간 소통 부재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사전예고는 고사하고 순환정전 조치도 나중에 보고 받을 정도로 상호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인한 안이한 대응이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오후 들어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감지했으면 사전에 향후 긴급상황 발생시 조치에 대한 의견을 서로 교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사태와 관련해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약관상의 규정에만 얽매이지 않고 피해보상에 대한 문제를 적극 검토하기로 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국한되지 말고 최근 심각해지는 전력난 속에서 보다 정확한 전력수요 예측 및 실시간 대응을 위한 지경부-한전-전력거래소간 공조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렴한 전기요금 인상 논란 커질 듯= 이번 정전 사태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전기요금 현실화 이슈도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했지만 이는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타 국가들에 비해 평균 48%(주택용)∼55%(산업용)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이제는 냉방기 수요가 많은 여름철뿐만 아니라 난방기 수요가 많은 겨울철에도 전력사용량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겨울철인 매년 1월 연중 전력사용량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다.

정부는 최근 가전제품 등의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기준 강화를 통한 고 에너지효율 제품 사용이라는 자율 유도를 통해 전력소비를 줄여 나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전력요금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전력당국을 중심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력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강창일 의원(민주당)은 "현재 일반용과 산업용 등 용도별 요금체계를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 특정 업계의 특혜를 없애고 연료비 연동제의 조속한 시행을 통해 전기요금 현실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은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와 직접적으로 연동돼 있는 사안인 만큼 쉽게 시행할 수 없는 문제다. 또 정전대란을 이용해 전력수요 예측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채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될 수 있어 정부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홍석기자 red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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