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이 업무보고를 핑계삼아 산하기관을 불러 수차례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가 적발됐다. 산하기관들은 접대비 마련을 위해 카드깡과 허위 해외출장비 서류 작성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정부 예산을 타내야 하는 산하기관들은 담당 공무원에 잘 보이는 것이 중요했고, 불법인 줄 알면서도 국민의 혈세로 접대를 서슴치 않았다. 이로 인해 접대를 받은 지경부 담당 공무원 12명이 보직 해임 당했고, 산하기관 직원 2명이 사직했다.

대통령이 공직사회가 `비리 투성이'라고 질타한지 몇개월 되지 않아 이처럼 엄청난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 올 들어 대통령이 앞장서서 공정사회 구현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나몰라라다.

감사원은 물론 국무총리실까지 나서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겠다며 대대적인 사정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지난 5월까지 총리실 산하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에 적발된 공무원의 비위는 60여건에 달한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 산하기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공무원의 비위를 감시, 적발해야 할 감사원 직원들까지 비리에 연루될 정도로 만연돼 있다.

공무원 사회뿐만 아니다. 민간 기업에서도 각종 비위와 편법, 불법이 아직도 자행되고 있다. 감사원은 국제거래 과세실태를 감사해 국세청에 탈루된 1773억원을 추가 징수했다. 또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 역시 편법 증여나 상속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회 깊이 뿌리내린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감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하지만 비리의 특성상 외부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내부 구성원의 `공익성 제보'가 중요하다. 기업이나 정부기관 내에 근무하면서 조직의 불법이나 부정거래를 고발하는 이른바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 내부고발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내부고발자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비리를 고발하고 나섰다간 당장 `배신자'로 낙인이 찍히고, 조직에서 `왕따'를 당하게 된다. 승진 누락 등 인사상 불이익도 감내해야 한다. 심지어 능력이 부족한 사회 부적응자로 내몰리기도 한다. 실제 비리 혐의자가 처벌받은 것 보다 내부고발자가 파면이나 해임을 당한 사례가 더 많다. 계룡대 납품비리를 고발한 해군 김영수 소령이 사실상 `강제전역'을 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온정주의나 학연이나 지연 등에 의한 연고주의, 조직 이기주의 등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오는 9월부터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돼 내부고발자 보호가 강화된다고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그래서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비리 신고시스템을 아웃소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소식에 주목한다.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부정ㆍ비리 내부신고시스템을 위탁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은 고용노동부, 교육청, 대한지적공사 등 25곳에 달한다.

해외에서는 이같은 비리신고 아웃소싱이 일반화돼 있다. 미국 글로벌컴플라이언스는 400여개 기업고객을, 일본 인티그렉스는 600개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비리 신고시스템 아웃소싱은 낯설다. 하지만 우리 조직문화의 특성상 이같은 장치가 보다 활성화돼야 하고, 기업들도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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