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조속반응 촉구…평양 일단 `상황관망`할 듯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 일행의 16일 방한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흐름에 새로운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6자회담 재개의 첫 단추로 지목된 남북 비핵화 회담이 답보국면을 보이는 와중에 미국의 대북협상팀이 서울을 찾는 것이어서 상황변화를 촉진할 모멘텀이 창출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보즈워스 대표의 이번 방한은 일단 한반도 정세운용에 대한 한ㆍ미의 대북 정책조율이 긴밀하게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남북회담)→워싱턴(북미회담)→베이징(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재개안이 `확립된 프로세스`로 부상한 가운데 양국의 북핵협상 라인이 대응행보를 조율하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외교가가 보다 의미 있게 보는 대목은 이번 방한이 큰 틀에서 볼 때 미ㆍ중의 `전략적 컨센서스`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측면이다. 중국이 지난달 말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방한을 통해 남북 비핵화 회담을 시발로 한 `3단계 접근안`에 시동을 걸었고, 이어 미국이 대북 협상팀을 한국에 보내 그 흐름을 계속 살리려는 모양새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난 11일 폐막한 전략경제대화에서 미ㆍ중 양국이 재확인한 올 1월 워싱턴 공동성명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상황관리와 대화국면 전환을 향해 G2(주요 2개국) 차원의 전략적 협력 틀이 가동되고 있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보즈워스 대표가 현 시점에서 어떤 메시지를 들고오느냐이다.

현 국면은 중국 우다웨이 대표의 방한 이후 우리 정부가 남북 비핵화회담에 대한 북측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남북간에 기싸움이 전개되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천안함ㆍ연평도 사과를 거듭 촉구한데 이어 비핵화 합의시 내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한다는 제안을 던지며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했다. 이에 북한은 "북침야망을 실현해보려는 가소로운 망동"이라고 일축하며 다시금 대남 비난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공방 속에서 당초 조기 개최 가능성이 점쳐졌던 남북 비핵화 회담은 난기류에 봉착하는 듯한 분위기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의 모멘텀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북핵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보즈워스 대표의 이번 방한은 대화재개 흐름에 다시금 강한 추동력을 불어넣으려는 전략적 행보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방한을 통해 `공`을 넘겨받은 북측이 조속히 비핵화 회담에반응을 보이도록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와 비핵화와 관련한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 한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가 어렵다는게 그 핵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공통의 전략적 목표를 재확인한 한ㆍ미 양국으로서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병행하며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역할분담` 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화파`인 보즈워스 대표의 방한은 한편으로 우리 정부에게도 전략적 유연성을 주문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의 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한ㆍ미 양국으로서도 원칙론을 견지하는 가운데 북한이 일단 비핵화 회담의 장에 나올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보폭을 조율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와 비핵화회담 분리 여부에 대해 어떤 입장이 정리될 지가 관전포인트다.

미국은 천안함ㆍ연평도 문제를 비핵화 트랙과 직결시키지 않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라며 모호한 연계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천안함ㆍ연평도 사과를 재차 강조하면서 그 연계성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보즈워스 대표 방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사전조율이다.

미국은 대북식량계획(WFP) 보고서 발표 이후 대북 식량지원 자체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정확한 수요평가와 모니터링 시스템 확보 등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일정하게 `속도조절`을 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대북 식량지원을 대화국면 진전과 연계해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 한ㆍ미 양국은 대북식량 지원의 규모와 시기, 모니터링 시스템 확보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 견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볼 때 보즈워스 대표의 방한은 이달 하순으로 예상되는 로버트 킹 대북 인권특사의 방북을 앞둔 `예비수순`이기도 하다.

킹 특사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및 국무부 요원들로 구성된 미국 식량지원 평가단과 함께 방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남북 비핵화 회담 제안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 으로서는 보즈워스 대표의 방한과 로버트 킹 특사의 방북 등을 통해 전달될 미국의 메시지에 주목하며 상황을 일단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당장 비핵화 회담에 나서는 것은 미국 등으로부터 뚜렷한 대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비핵화 전제조건` 요구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 전략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춘궁기 식량난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도발이나 긴장고조 행위에 나서는 것 역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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