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부추기고 기업성장 조장… 자본주의에 일침
요즘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자기계발 서적이 가득하다. 이들은 각기 다양한 인생의 전략을 제시하지만 적지 않은 부분에서 겹치는 내용이 있다. 바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들은 '긍정의 힘'이 안될 일도 되도록, 못할 일도 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조언을 담고 있다.

긍정적 사고가 '긍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우리 사회에 하나의 돌을 던진 책이 있다. 바로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이다. 이 책은 날카로운 사회비평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의 2009년 발표작으로 긍정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그 예로 1994년 미국 최대의 통신회사 AT&T의 정리해고 사건이 있다. 1만5000명에게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한 당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공1994'라는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서 유명한 연사인 지그 지글러는 "(해고를 당하면) 그건 당신의 잘못입니다. 체제를 탓하지 마십시오. 상사를 비난하지 마십시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기도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미국의 조지W.부시 전 대통령의 일화도 있다. 고교시절 치어리더를 한 경험이 있어 조지는 언제나 낙관론을 요구하고, 비관론과 절망과 의심을 싫어하기로 유명했다. 911테러 이전, 여름부터 곳곳에서 테러를 의심할 만한 징후들이 감지됐지만 연방수사국, 이민귀화국, 부시, 라이스 등 어느 누구도 불편한 단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 일화들은 긍정 또는 낙관이라는 신념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긍정적이라는 말은 대개 좋은 의미로 쓰이지만 긍정적 태도에 대한 찬미가 산업 현장과 경제계, 정치, 종교, 학계에까지 깊게 뿌리를 내려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지은이는 긍정적 사고의 번창은 후기 자본주의, 소비 자본주의의 특성과 일치한다고 본다. 절제, 금욕 등의 가치에 친숙했던 초기 자본주의와 달리 현대의 소비 자본주의에는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개인의 욕구와 '성장'이라는 기업의 지상 과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 이데올로기는 소비를 부추기고 기업의 성장에 유리한 문화를 조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긍정적 사고는 시장 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 낙천성이 성공의 열쇠이고, 긍정적 사고 훈련을 통해 누구나 갖출 수 있는 덕목이라면 실패한 사람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창 나이에 백수 신세인 청년들이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이 제도의 불합리성과 사회보장의 미비함에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자신의 긍정성 부족을 탓하고 성공을 향한 동기 유발에 더욱 매진하게 만든다. 이런 긍정주의는 경쟁과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시장에 모든 판단을 맡기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최적의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긍정이란 가치가 어떻게 신자유주의의 전도사가 됐는지, 미국의 열혈 시민 활동가이자 체험적 저널리즘의 기수로 유명한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예리한 분석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긍정의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부키 펴냄/304쪽/13800원

김유정 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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