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민주화 물결이라는 역사적 대사건에 대처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우유부단한 모습이 북한과 중국, 이란, 그리고 다른 `불량배 국가(rogue states)`들에 잘못된 메시지를 던져주고 결과적으로 세계의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영국의 일요신문 선데이 타임스가 27일 인터넷판에서 지적했다.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의 지도자들은 현재 북아프리카와 아랍권을 뒤흔들고 있는 민초들의 반정부 움직임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런 사태가 자국 국민에까지 확산할지를 우려스럽게 주시하고 있다.

동시에 이 국가들은 현재 지구상 유일한 슈퍼파워로 자리매김한 미국이 확고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꾸 전선에서 후퇴하려는 모습도 의미 있게 바라보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다분히 서방 일각의 보수성향을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 체제에 도전하려는 자국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미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이미 시리아와 예멘, 바레인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게 이 신문의 진단이다.

심지어 이란은 야심 차게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까지 별 제약 없이 추진하려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리비아에서 확인되고 있다. 독재자들은 서방세계가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결정하고 공습을 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미국이 더 깊숙이 개입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역시 감지했다는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미 시달린 미국은 리비아 전선에 휘말려 들지 않으려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더욱 빨리 그리고 결정적인 행동에 나섰다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축출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리비아를 응징하겠다는 동맹국의 전선은 흐트러지고 카다피의 배짱만 키운 꼴이 됐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카다피는 철저하게 무력의 힘을 알고 있는 자다. 과거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을 처형하자 그는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했었다고 신문은 과거의 예를 거론했다.

주춤거리는 미국을 상징하는 것은 백악관이라고 선데이 타임스는 강조하고 있다. 미국군이 분쟁에 개입하게 됐을 때 미국의 대통령은 말과 행동으로 그 결의를 대외에 보여줘야 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대부분을 중남미를 방문하는데 보냈다.

심지어 26일 라디오와 인터넷을 통한 주례연설을 할 때까지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사태에 대해 거의 두드러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국의 혼란스러운 모습은 리비아 군사행동의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혼선과 맞물려 있다. 영국의 경우 카다피가 축출돼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는 1973년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당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리비아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됐을 때 영국은 이런 목표를 지향하지 않았다.

장기적인 분쟁에 휘말리는 위험은 간단치 않으며, 이를 막으려면 신속한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이 신문은 시각이다.

더 큰 위험은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미국의 역할과 관련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정책에서는 취임 이후 실망을 안겨줬다. 중국을 상대로 뭐라고 해도 무시돼버리곤 했고, 심지어 기후변화 문제로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그는 중국에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리비아 사태를 맞아 입증된 그의 지도력 부재는 의기소침하고 고립된 미국을 웅변한다고 신문은 강조하고 있다. 적들은 안심할지 모르겠지만 그 나머지는 긴장할수밖에 없으며, 미국이 주춤거릴 때 그렇지 않아도 불확실한 세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신문이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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