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은 구조조정되도록 황금낙하산 없애야"
A사의 경영진은 황금낙하산과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해 경영권 보호막을 치고서 29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했다. 딴 주머니를 찬경영진이 3년간 복역하는 동안 회사의 실적은 급격히 나빠졌다.

경영권 분쟁 끝에 새 최대주주를 맞은 A사는 전 경영진이 탈법적으로 도입한 황금낙하산, 초다수결의제와 관련한 정관 조항을 올해 주주총회에서 없애고서 경영 정상화를 꾀했다. 그러나 회계법인은 우발채무와 계속기업으로서 불확실성이 있다며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제시한 탓에 A사는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으려는 차원에서 도입한 황금낙하산, 초다수결의제가 기업의 부실을 키운 A사와 같은 사례는 허다하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까지 황금낙하산,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한 코스닥 상장사의 5분의 1가량이 상장폐지됐다.

황금낙하산을 준비한 117곳 중 투미비티, 다휘 등 16곳이 퇴출당했으며 세븐코스프, 유니텍전자, 한와이어리스 등 3곳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초다수결의제를 채택한 155개사 중 액티투오, 엠씨티티코어 등 28곳이 상장 폐지됐고 3곳(세븐코스프, 아로마소프트, 알덱스)은 관리종목이다.

황금낙하산은 경영진이 임기 전에 사임하면 거액의 퇴직금이나 저가 스톡옵션, 보수 등을 보장받게 하고, 초다수결의제는 이사 선임과 해임 등의 결의 요건을 상법규정보다 까다롭게 해 적대적 M&A에 대비하도록 한 대표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실적과 기업내용이 좋은 우량기업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적대적 M&A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실을 보면 안전장치가 오히려 부실기업에 의해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부실기업은 경영진 교체 등을 통해 회생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데, 황금낙하산 등이 `전봇대` 역할을 하는 바람에 A사처럼 회사를 망가뜨린 경영진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개인 잇속만 챙기는 대주주의 모럴해저드를 악화시킨다.

실제로 황금낙하산과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한 회사 중 우량기업은 셀트리온, 메디포스트 등 극히 일부이다.

뉴보텍과 큐리어스, 미리넷, 아이즈비전, 에너랜드 등 상당수 기업은 적자에 시달려 M&A 매력이 떨어지는 곳이다. 올해 초다수결의제를 안건으로 올린 대성창투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황금낙하산을 도입했던 옵셔널벤처스가 나쁜 선례를 남긴 것도 이 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 옵셔널벤처스 대표는 황금낙하산을 악용해 회사 자금을 빼냈다.

이런 가운데 조이맥스가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황금낙하산과 초다수결의제 관련 조항을 삭제할 예정이어서 비슷한 움직임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기업의 경영권 보장은 필요하지만 무능한 경영자들이 해당 제도를 악용할 때는 주주 견제력이 약해져 오히려 회사엔 독이 되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노희진 선임연구위원은 "경영권을 보호해 기업인이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효율성을 높이려면 무능한 경영자를 빠르게 교체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문제가 되는 코스닥 부실기업은 기업 구조조정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황금낙하산 같은 걸림돌을 없애주는 게 맞다. 혁신ㆍ창의기업이라면 창업 후경영권이 흔들리지 않게 경영권을 보호해주는 등 기업에 따라 정책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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