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ㆍ특별퇴직금 폐지 등 직원 희생만 강요
"마른수건 짜기…배신감 느껴" 회사 신뢰도 추락

SC제일은행의 내홍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연초부터 임단협 결렬로 인한 노사갈등이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고용불안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까지 겹치면서 조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직원들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다시 일어난 제일은행이 신의를 버린 채 직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분위기라면 인턴실적강요, 부동산 매각대금 의혹, 직원 횡령에 관한 안일한 대처 등으로 생긴 오명을 벗기 힘들 전망이다.

■ SC제일은행의 두얼굴
(중) 직원도 등돌린 조직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는 최근 3개월째 회사측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방침에 대한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번만큼은 사측의 부당한 요구 조건에 맞서 직원들의 권익을 지켜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SC제일은행 경영진은 올해 초 임금단체 협상안으로 직원들에게 개별차등성과급제를 제안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을 차등화하자는 것으로 다시 말해 연봉제를 도입하자는 의미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점장과 본부장급을 제외하고는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가 늘어나는 호봉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1금융권에서는 첫번째 실험인 셈이다. 은행권이 `4강체제'로 재편되면서 금융 빅뱅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체질개선이 급선무라는 게 SC제일은행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서 직원 개개인의 평가에 따른 보상은 불가피 하다는 것.

하지만 노조의 입장은 판이하다. 노조는 "경영진의 실적이 시중은행 꼴찌 수준인데 경영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려는 속셈"이라며 "어려울 때 함께 도와준 직원들을 토사구팽 식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내부 정서가 이런데 사측은 특별퇴직금제도 폐지와 후선역제도의 전직원 확대 등 `마른수건 짜기'방안도 함께 내놓아 노사간 불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특별퇴직금 제도는 직원이 퇴직할 때 기존 퇴직금에 18∼24개월치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IMF'를 겪으면서 직원들의 연이은 임금 반납 등으로 노동조건이 저하되면서 2001년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 규정이다. 후선역제도는 지점장을 대상으로 매년 하위 10% 정도에 해당되면 후선역으로 이동시키고, 1년간 개인목표를 부여한 뒤 미달될 경우 급여를 18% 삭감하는 제도로 2005년도 노사합의 사항이다.

이에 대해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자발적인 해고를 유도하기 위한 악의적인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가 결렬될 경우 부분파업은 물론 총파업까지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은 반감은 동요라기보다 분노에 가깝다. 영업점의 한 직원은 "경영사정이 악화돼 직원들의 임금은 동결하면서 임원들은 최근 몇년간 성과급을 수천만원씩 챙겨간 것으로 안다"며 "SC가 인수할 때만 해도 금융자본이라고 안심했는데 경영진의 작태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격앙했다.

한 창구 직원도 "내부 승진은 잘해야 지역본부장급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요직은 죄다 외부에서 파격으로 영입하고, 가장 중요한 현장 직원들은 주요 인사에서 배제하는 알 수 없는 인력배치가 횡횡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SC제일은행의 구조조정은 제니스리 부행장이 `PSC'라는 일종의 TF팀을 통해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김영일 부행장 등 임원들이 `변화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두 부행장은 이미 하나로텔레콤과 KB금융을 거치면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력이 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전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창림 이사를 사측 임단협 교섭위원에 두면서 `노조위에 군림하려한다'는 빈축을 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양측 노사간 감정의 골은 상할대로 상했다. 올해 초부터 20차례에 걸쳐 진행된 임금단체협상은 서로 이견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노조는 협상테이블을 열어놓고 있지만 사측이 핵심 요구안(연봉제ㆍ특별퇴직금 폐지ㆍ후선역 확대)이 전제되지 않으면 `더 이상 대화는 없다'고 못박아 진전이 힘든 형국이다.

노조는 사측이 대화로 풀어나갈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최근 중노위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중노위의 최종 결론은 오는 23일 나오는데 현재로서는 양측의 간극이 너무 커서 합의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제 남은 카드는 노동쟁의의 최고 단계인 총파업뿐이라는 얘기가 직원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김진오기자 jo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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