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낙제는 아니다' 발언 해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을 놓고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한 발언에 청와대 등 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삼성이 해명에 나섰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이건희 회장께서 지난 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 발언의 진의가 그게 아니었는데라며 매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삼성이 밝혔다.

김 실장은 회의가 끝난 뒤 삼성 계열사 사장단에 "그동안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걸고 규제를 해소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정책을 펴 기업이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 회장의 당일 발언을 대신 해명했다.

김 실장은 이어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특히 동반성장에 대해서는 이 회장의 뜻도 강하니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며 "사장들은 사랑받고 존경받는 삼성이 될 수 있게 사회와 함께 간다는 자세로 겸손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영에 전념해달라"고 말했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10일 이건희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점수를 매긴다면 얼마를 주겠냐는 질문에 "흡족하진 않지만,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했으니 낙제 점수는 아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정운찬)가 도입하겠다고 해 논란을 빚고 있는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정면 비판했다.

이같은 발언에 청와대측이 "듣기 거북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 정책 지원을 받는 대기업 총수가 낙제점 운운하는 것이 서글프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삼성 비자금 사건 이후 2009년말 현 정부가 경제회생,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명목으로 이 회장을 특별 사면까지 했는데, 그런 혜택을 받은 이 회장이 현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듯한 모습을 드러내자 불쾌함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께서 누구보다도 현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데, 그날 발언을 놓고 오해가 쌓이고 갈등으로 치닫는 형국이어서 해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장단 회의에는 일본 와세다대학의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가 `일본에서 본 삼성. 한국모델 붐이 일고 있다'는 주제로 초청 강연했다. 유키코 교수는 "한국기업은 압도적 규모의 투자에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오너십이 강점이며, 이것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린 일본기업이 아프게 생각하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또 "삼성의 장점은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연구개발과 마케팅, 가격과 품질 등이 밸런스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 대해 아쉬운 부분도 지적했다. 그는 "인텔이 부가가치가 낮은 컴퓨터 하드웨어 대신 핵심부품에 집중해 인텔 인사이드를, 애플은 완제품으로 새로운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애플 아웃사이드로 성공했는데,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이걸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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