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IT마인드 부재 주요인… 연구학교 축소ㆍ예산 대폭 삭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중대기로에 섰다. 올 들어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가 대폭 축소되고, 관련 예산마저 크게 삭감될 가능성이 커 디지털교과서 사업 자체가 좌초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현 정부의 IT 정책 의지 부족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교육청이 7개였던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를 4개로 줄인 것을 비롯해 다른 지역들도 연구학교를 축소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올해만 전체의 70%가 넘는 97개가 연구학교 기한이 끝날 예정이어서 연구학교를 추가로 지정하지 않는 한 지난해 대비 최대 3분의1 수준까지 연구학교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국 132개 학교 322개 학급을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학교에는 태블릿PC와 전자칠판, 통신 인프라 등이 설치돼 디지털교과서가 기존 서책형 교과서 대비 어느 정도나 학습효과가 있는지, 디지털교과서에 적합한 학생 교육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검증해 왔다.

당초 정부가 연구학교를 지정해 운영한 목표가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준비였다. 연구학교의 대폭 축소는 2013년으로 예정된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일정에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교과서 사업의 이상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총 660억원을 투입해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고 2013년부터 일선 학교에 보급할 예정이었다. 당시 정부 계획에 따르면 올해에도 13억원의 국비와 지방비 33억원 등 총 46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국비 13억원은 전액 삭감하고 지방비 역시 절반 수준 정도로 줄이는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올해 디지털교과서 사업 관련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디지털교과서 관련 추가 연구와 상용화를 위한 검토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장세은 교과부 교육과정과 사무관은 "교과부의 핵심 역할은 교과서 콘텐츠에 관한 업무와 제도적인 지원"이라며 "특히 올해는 콘텐츠에 집중해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기존에 개발된) 디지털교과서 내용을 보완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교과서 예산안도 이러한 방침에 준해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은 사실상 디지털교과서 사업의 대폭 축소를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예산으로는 교과과정 개편에 따라 기존 디지털교과서를 유지보수하는 것도 모자라는 정도여서 새로운 시도나 연구가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에만 집중한다는 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 사무관은 "기술적인 논의는 향후 상용화시기에 임박해서 진행해도 늦지 않다"며 현 시점에서 콘텐츠를 제외한 디지털교과서 관련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디지털교과서를 태블릿과 같은 전용기기에 탑재해 서비스할지 다른 방식을 택할지, 패드나 스마트폰과 같은 최신 단말기들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콘텐츠 제작방식과 교수법, 학습관리시스템(LMS) 설계, 통신 네트워크 구성 등이 모두 달라진다.

콘텐츠와 이외 요소를 구분하는 발상 자체가 IT와 교육이 융합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외면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디지털교과서 사업의지의 후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교과부는 1분기가 끝나가는 현재까지 올해 디지털교과서 사업 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한 관계자는 "디지털교과서는 교육과 IT가 융합된 사업 특성상 콘텐츠와 솔루션, 인프라를 분리해 시기별로 준비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디지털교과서의 의미가 대폭 축소되거나 사실상 용도 폐기하는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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