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음반 4집…"다섯명 취향 달라도 마음은 하나"
빅뱅의 미니음반 4집이 미국 빌보드차트에 진입한 지난 4일, 정작 멤버들은 그 소식을 접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날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빅뱅은 환호 대신 "이번 음반이 미국, 유럽 등지 아이튠즈 차트에도 오른 것처럼 이제 음악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하게 전달되니 우리가 부담을 갖고 음악을 만들 때"라는 말로 기쁨을 대신했다.

아이돌 그룹으로는 드물게 직접 곡을 만드는 빅뱅은 데뷔 이래 5년간 음악적 변신을 시도했고 그 변화는 대중에게 맞아떨어졌다. 이번 음반 전곡을 작사, 작곡, 프로듀싱한 지-드래곤은 "지금 나이의 성숙한 면을 담아 아이돌 가수가 뮤지션으로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 음반"이라며 "세시봉 선배님들처럼 진정한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년여 동안 솔로로 각자 빛을 발하다 빅뱅으로 다시 뭉친 이들은 이번 음반 인트로의 노랫말처럼 "각자 돌고 돌아 제자리로 다시 셋 업(set up), 보시는대로 예전과는 사뭇 뭔가 달라"졌다.

음악에 대한 고민은 한층 깊어졌고 국내 음악산업 구조에서 아이돌로 사는 고충과 선배 그룹으로서의 책임감도 커보였다.

◇"현대와 옛것 섞은 `디지로그` 음악" = 빅뱅은 신보에서 국내외 음악 환경을 영리하게 줄타기 했다. 전자 음악이 홍수인 국내 시장에서 한발 앞서고 아날로그 감성이 뚜렷해진 해외 시장과 보조를 맞추고자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조화시킨 `디지로 그(Digilog)`를 택했다.

"전자음에 우리도 지치고 대중도 귀가 아플겁니다. 모든 노래가 종이 한장 차이 처럼 지루할거예요. 여기서 앞서 나가야 하는데 해외 음악계는 아날로그의 서정적인감성이 추세더군요. 그래서 사운드는 현대적이되 멜로디와 가사에는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 현대와 옛것을 섞었죠. 국민정서상 지난해 힘든 일도 많았으니 좀 더 따뜻한 음악으로 치유하고 싶었어요."(지-드래곤, 태양)
지향점은 음반에 살뜰하게 담겼다. 타이틀곡 `투나잇`에선 전자음의 강렬한 리듬 속에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리플이 들리고, `카페(Cafe)`에선 기타, 드럼, 피아노 등 어쿠스틱 악기 연주가 전면에 배치됐다. 노랫말도 쉽고 멜로디도 서정적이다.

그러나 특정 장르에 머물지 않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승리는 "우리 음악은 한정된 장르가 없다"며 "힙합, 팝, 펑크, 보사노바, 록 등여러 장르를 다양한 해석으로 섞어 10-40대가 폭넓게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각자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멤버들의 설명이다.

"대성은 애시드 재즈와 어반 사운드 음악, 태양은 R&B.힙합 등의 흑인음악, 승리는 팝, 탑은 힙합에 클래식과 재즈까지 섭렵하죠. 전 계절에 따라 바뀌는데 이번 음반을 만들 땐 헤비메탈부터 너드(N.E.R.D)까지 주로 밴드 음악을 들었어요. 각자의 취향을 수렴하다보니 다섯 명의 가수를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공동작업) 하는 느낌이었죠."(지-드래곤)그러자 태양은 "우린 취향이 달라도 장르를 떠나 음악을 좋아한다는 마음은 하나다"며 "어떤 음반을 내도 뜻은 같다"고 강조했다.

◇"60대에 `롤링 스톤즈` 꿈꾼다" = 멤버들은 목표를 세우기보다 지금부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 평균 5-6년이니 이들도 한번쯤 고비가 있었을 터. 태양과 대성은 "그룹 멤버들이 쉽게 헤어지는 것은 우리도 당면할 수 있는 문제"라며 "5-6년 그룹을 하면 각자 생각이 확고해지고 그 생각이 옳다고 느낄 시기인데우린 의견 차이를 대화로 푼다. 모두 이 일이 좋아서 하는 한 빅뱅은 변함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훗날 각자의 음악과 활동 방향이 조금씩 달라져도 빅뱅이라는 이름을 갖고 가는 게 꿈이란다. 언젠가 영화 `샤인 어 라이트(Shine a Light)`를 보며 롤링 스톤즈처럼 60대에 콘서트를 하자는 약속도 했단다. 이를 위해선 요즘 화제인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등 세시봉 선배들처럼 자신들이 커가는 모습을 대중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평소 산울림, 세시봉 선배들의 음악을 즐겨듣는다"는 지-드래곤은 "지금 세대가 세시봉 선배님들을 접하는 건 행운이다"며 "요즘은 인터넷으로 음악을 들어 추억이 없어졌는데 그분들은 음악으로 추억을 풀어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세시봉 선배님들 음악이야말로 진정한 뮤지션의 음악이죠. 40년 후에 꼭 그렇게 되고 싶어요."(태양) 그러자 지-드래곤은 "조영남 선배님의 콘서트에도 갈 것"이라며 "그분처럼 그 연배에도 자유롭고 싶다"고 웃었다.

◇"음악환경 아쉬워…아이돌 역할 모델 되고파" = 빅뱅은 이 꿈을 이룰 수 있도 록 지금의 음악 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젊은 음악인이 자부심을 가질 수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가수, 작곡가가 아티스트로 살아가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에서다.

"우린 아이돌 가수이니 부대 활동이 많아 새로운 걸 창작할 시간이 없죠. 그러면 음악의 질이 낮아지고 우리도 마음에 안 들어 열심히 안하면 팬덤이 무너지는 연쇄 현상이 일어날 겁니다. 우린 무대에서 대중을 뒤집어놓고 싶은 욕심 하나로 시작했으니까요."(지-드래곤) 이어 태양은 "가수와 소속사의 문제가 아니라 저작권 분배 등 국내 음악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불만만 토로하기보다 결과물을 통해 개선해가고 싶다"고 또 다른 고충을 토로했다. 이들은 빅뱅의 출연 여부를 놓고 소속사와 KBS `뮤직뱅크` 제작진의 갈등에 대한 견해도 에둘러 털어놓았다.

"2년여 만에 나왔으니 방송에서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하지만 여러 정치적 현상이 얽혀 뭐가 답인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방송 무대에 못 서 화나고 아쉽기보다 시스템이 개선돼 앞으로 나올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했으면 좋겠어요."(지-드래곤) 멤버들은 이제 선배 그룹이 된 만큼 아이돌 가수의 발전적 역할 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드래곤은 "아이돌 그룹은 5-6명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맞춰진 안무를 하고 웃음을 짓는 정형화된 모습이 있다"며 "나와 탑의 듀엣이 `마음 맞는 애들끼리 원하는 음악으로 자유롭게 무대에서 뛰어다녀도 되는구나`란 색다른 방향을 제시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반기 나올 음반에서도 세계적인 음악인들과 협업하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멤버들은 "대중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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