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목표 연연말고 속도조절, 탄력대응 필요"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면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LH의 자금난 등으로 사업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민간 분양시장까지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2~3년 뒤 주택 공급 부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의 차질없는 공급을 위해 지금이라도 무리한 추진계획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로 조절하고 민간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 다고 조언한다.

◇`목표 달성 어떻게`…속앓이 하는 정부 =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짓는 보금자리주택을 최대한 차질없이 공급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민간주택 건설이 위축된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을 짓지 않으면 주택공급 부족에따른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LH의 자금난과 민간 주택공급 급감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목표를 달성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정난에 빠진 LH가 사업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지원하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이다.

국토해양부는 이에 따라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에 민간자본 도입을 추진중이다. LH 등 공공기관으로만 한정된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사업 주체를 다각화하려는 것이다. 현재 공공ㆍ민간이 공동으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는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형 리츠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으로 한정한 사업주체를 변경하기 위해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법 개정에 성공하더라도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지구 개발에 참여할 건설사와 금융자본이 얼마나 될 지 미지수다.

국토부는 LH를 대신해 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에 SH공사, 경기지방공사 등 지자체와 지방공사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공사는 기본적으로 LH만큼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못된다"며 "이미 2~4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사업 시행을 맡은 일부 지자체와 지방공사는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추가 참여에 소극적이어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속도조절`, `탄력 대응` 필요 =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보금자리주택의 공급목표에 연연하지 말고 주택시장 및 공급주체의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LH의 사정을 무시하고 2012년까지 32만가구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지구지정을 한다면 보상, 착공, 분양 등 후속일정도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책임연구위원은 "지구지정을 하고 제 때 보상, 착공을 못한다면 원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공공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만 내놓고, 나머지는 민간 주택시장에 맞기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또 "LH의 자금난은 심각하고 LH를 대체할 기관은 마땅찮은 상황인데 대안도 없이 택지만 확보해놓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정부가 LH에 재정지원을 못할 바에 보금자리주택 지구지정을 줄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최근 집값 안정과 전세 수요 증가, 민간 주택건설 시장 위축 등의 현상도 `보금자리주택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양사이버대 지규현 교수는 "공공의 역할중 하나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인데 공공이 저렴한 주택 공급을 독점하면서 민간 공급은 위축되고, 전세 수요는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집값이 오르면 공공주택 공급물량을 늘리고,집값이 떨어지면 물량을 줄이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이 때문에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의 공급을 당초 목표인 2018년까지로 늦추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신 전세시장 등 안정을 위해 미착공 상태인 국민임대, 공공임대 공급을 서두를 것을 제안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수도권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2012년 32만가구 공급`라는 목표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그린벨트는 정부가 해제권한을 갖고 있어 택지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만큼 LH사정과 집값 전망에 따라 공급 목표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의 속도조절은 민간 건설사들도 반긴다.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의 물량공세가 줄어들면 민간 건설사의 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일명 `반값 아파트` 공급 이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주택 거래량이 줄고 민간 아파트의 분양시장이 침체된 것"이라며 "보금자리주택의 탄력적인 공급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통해 민간 건설사의 주택공급 기능을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보상, 부지조성 공사 등으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기존 2기 신도시와 택지지구를 버리고 새로 돈을 들여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 공급에만 집착할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라며 "공공이 민간의 역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민간, 공공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H의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금자리주택지구에 민간 아파트 건설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민영 아파트 건설 비율을 높인다면 택지 매각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LH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만 짓고 60~85㎡의 중형은 모두 민간이 짓도록 양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숙원사업 해결이나 정치권의 선거 공약을 무조건 LH에 떠맡겨왔던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건국대 조주현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부실의 원인은 토공, 주공 시절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도 있지만 정치권이 민원 해결사 역할을 요구해온 탓도 크다"며"LH에만 과도하게 공공아파트 건설 부담을 지우지 말고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이 주택공급의 책임을 나눠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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