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시어머니 늘리는 꼴" 반발
최근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안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2금융권(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한국은행의 감독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한은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27일 "그동안 보고서 등을 통해 저축은행 문제를 꾸준히 경고해왔지만, 제재력이 없어 사태가 확산됐다"면서 한은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ㆍ감독권을 가진 금융감독원은 "시어머니만 한 명 더 늘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떠도는 한은법 개정안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체계 개편 차원에서 2008년 11월 처음 논의가 시작된 한은법 개정안은 2009년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소관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 등의 반발로 현재까지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가안정 못지않게 금융안정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면서한은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책 수립 및 집행을 제한하는 일부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 금융기관을 직접 검사할 수 있다`, `금감원에 대해 검사결과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한 시정 및 제지를 요청할 수 있고 금감원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직접검사 항목이 새로 포함됐다.

또 한국예탁원이나 금융결제원 등 지급결제제도 운영기관과 여기에 참가하는 제2금융권 회사에 대해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필요한 경우 서면 및 현장조사와 함께 시정을 지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개정안은 2009년 2월20일 기재위에 상정돼 같은 해 12월7일 의결돼 법사위로 넘겨졌다.

그러나 한은법에 반대하는 정무위가 지난해 4월 한은 조사권을 제약하는 금융위설치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맞불`을 지폈고 결국 당정이 한은법 개정안 처리를 무기한 보류했다.

◇저축은행 사태로 개정논의 살아나나기재위 의결 이후 15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인 한은법 개정안은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은 내에서는 "그동안 보고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저축은행 사태를 경고해왔음에도 비은행금융기관을 제재할 권한이 제한돼 있고 관계 기관에서도 이를 경청하지 않아 사태가 확산됐다"며 한은법 개정안의 조속한 가결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4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저축은행이 비은행금융회사 부동산 PF대출의 절반 정도를 보유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부동산 PF 대출의 건전성이 악화돼 기업 부문의 신용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11월 보고서에는 2페이지에 걸쳐 `상호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분석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은은 "상호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외견상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신용위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자산관리공사에 매각된 부동산 PF 대출채권이 환매 또는 사후정산 조건이 있어 신용위험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잠재적 부실위험을 나타내는 요주의여신비율은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라 관련 업종 대출을 중심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는 대형은행 외에 여타 은행이나 취약부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같은 발언은 한은법 개정안에도 포함된 한은의 단독조사권 확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이 금감원과 공동감사 업무를 하고 있지만,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자료 접근에 제약이 있고 현장감사도 못해 해당 기관의 보고서가 맞는지 틀린 지 확인하기조차 어렵다"고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G20 대부분 나라의 사례를 보면 중앙은행의 지적사항을 따르지 않을 경우해당 기관은 해명을 해야 한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은도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 역시 "우리나라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통화신용정책에 치우친 면이 있지만, 국제적인 추세를 보면 그 역할이 금융안정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감독기관 난립" 반발도 거세금감원은 한은법 개정안을 너무 오래 끌 경우 법사위에 부담이 가기 때문에 가 부와 상관없이 4월 국회에서는 안건이 처리될 것으로 보면서도 한은이 단독조사권을 갖게 될 경우 감독기관의 난립으로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한은이 (금감원과 금융기관 조사를) 같이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고 시장에 혼란만 줄 뿐"이라면서 "외환위기 때 은행감독원이 한은 안에 있었지만, 그때 한은은 무엇을 했느냐"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주체가 돼 직접 행동하는 것과 훈수하는 것은 다르다"면서 "한은 외에도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저축은행의 문제를) 보고서로 경고했지만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한은의 주장을 일축했다.

감독기구가 많은 것은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예컨대 기업은행은 감사원,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예금보험공사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 한은까지 끼면 일을 못한다"며 "시어머니를 한 명 더 늘리겠다는 것은 권한 팽창에 대한 욕구"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사태 역시 정책 결정 판단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분석을 못했기 때문은 아니며 심각성은 한은보다 금감원이 더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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