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인사도 유혈진압 항의… 개혁진영 합류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최장기 독재국가 중의 하나인 리비아 카다피(사진) 정권도 붕괴되는 것인가.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독재 정권이 중대 기로에 섰다. 카다피 국가원수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군 일부가 시위대에 동참하고, 시위가 수도 트리폴리까지 확대되면서 정권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둘째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를 내세워 헌법, 미디어법 개정 등 유화책으로 사태 진정을 노리고 있지만, 시위대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그동안 제2의 도시 벵가지 등 지역 도시에서만 벌어졌던 반정부 시위는 20일 밤 수도 트리폴리와 서부 해안지역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날 밤 반정부 시위 참가자 수천명이 트리폴리 중심가 `녹색광장`으로 행진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AFP는 트리폴리 알 안달루스구에 사는 시민과의 전화취재를 통해 "여기저기서 총성이 들리고 있고 그들(군인들)이 시내 중심가로 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인 미즈란구에 사는 한 주민 역시 " 총성이 들리고 있다"고 전했고, 노동자계층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구르지에 사는 한 주민은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반정부 구호와 총성이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리비아내 제2도시 벵가지의 통제권은 20일 군에서 시위대로 넘어갔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시위대 일부는 군탱크와 자동화기들을 접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이 소식이 트리폴리에까지 신속히 전해져 시위대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카다피의 둘째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는 국영 TV 연설을 통해 헌법과 미디어법을 민주적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시위나 폭력사태는 이슬람 통치를 무너뜨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1일간 시위로 당초 최소 23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는 서구언론과 인권단체들의 `과장`으로 주장하면서, 공식 사망자 수를 84명으로 주장했다. 알자지라 등 외신이 보도한 카다피의 베네수엘라 출국설에 대해서도 "아버지는 리비아에 있다"며 일축했다. 아들이 아버지 대신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이미 폭발한 민심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아랍연맹 리비아 대표인 압델 모나임 알 호스니는 "카다피 정권은 이미 끝났다"고 밝히며 공직을 포기하고 시위대 합류를 선언했다. 아랍권에서 유명한 이집트계 율법학자 유수프 알 카라다위도 "리비아 민중이 흘린 피 때문에 더 이상 카다피 독재정부는 리비아 민중과 함께할 수 없다"며 "그는 튀니지의 벤 알리나 이집트의 무바라크처럼 쓰러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화일보=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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