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중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돌이켜보면, 세계 경제발전 역사상 근대화의 모범이었던 우리는 지난 50여 년 동안 성장이라는 페달을 놓은 적이 없다. IMF 외환위기와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누구보다 빨리 극복하는 모범적인 모습으로 세계를 두 번 놀라게 했다. 위기일수록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머뭇거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시장에서 우리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일정 부분 사실이다. 우리의 경제 성장과정에서 정보통신산업은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왔고 이는 가전 및 메모리 반도체 등 주요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최고 강자라는 위치까지 이르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2011년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변화의 속도가 생사를 좌우하는 ICT시장에서 몇 년 전부터 진행돼 온 무선 인터넷 혁명의 파도를 제때 타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의 하드웨어 기반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고 그 자리에 혁신적 발상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이를 유통시키는 플랫폼이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가능케 하는 시대가 되었다. 디바이스는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툴(tool) 이상의 것이 아니게 되었고 역으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디바이스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변화된 패러다임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장 환경이 바뀌었음을 인정한다면 그 다음은 그 환경을 불러 온 시대정신을 정확히 숙지하고, 스스로를 그에 맞게 철저히 적응시키는 것이 변화된 상황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올바른 길일 것이다.

그렇다면 주저하지 말고 우리가 받아들일 새로운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연초부터 새롭게 강조되고 있는 '개방'과 '협력'의 가치에 주목하고 싶다. 이른바 집단 지성의 힘이 가장 많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콘텐츠 분야이기도 하거니와, 개방과 협력의 대상인 파트너들의 공정한 시장 참여야말로 창의적인 콘텐츠와 플랫폼 등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개방과 협력시스템이 ICT시장에 자리 잡을 때 국가적 과제인 동반성장, 즉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음은 말할 나위 없겠다.

리서치 기관인 IDC자료에 따르면 한국 ICT시장은 세계 금융위기로 흔들렸던 2009년에 1.7% 마이너스에서 지난 해 9.2% 플러스 성장을 실현하였다. 변동의 폭이 크다. 개방과 협력의 시스템이 아직 자리 잡지 않았음에도 높은 성장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한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시작일 뿐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다고 우리 스스로를 칭찬하기에는 이른 때인 것이다. 올해야말로 개방과 협력이라는 시대정신으로 무장하고 콘텐츠와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 집중할 때이다.

우리 업체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ICT분야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조사 결과, 우리 업체들도 소프트웨어 등 콘텐츠와 플랫폼 비즈니스(27%)와 LTE 등 차세대 네트워크망 구축(16.5%)를 올해의 핵심 사업으로 가장 많이 뽑았다. 콘텐츠 플랫폼과 이를 유통시킬 무선 IT서비스에 기업의 핵심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또한 스마트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부분으로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만드는 에코시스템의 구축이 언급되었다.

이제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 지 알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무엇이든 우리는 바로 그것을 해야 한다. '개방과 협력, 그리고 동반성장'이라는 상생의 가치에 스스로를 적응시키고 조직 내에서 체질화시킬 때 우리는 후세에게 자랑스러운 정보통신 영토를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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