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주 리 인터내셔널 법률사무소 변호사ㆍ변리사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 유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 가 올해부터 시행된다.

기술의 개발 및 행사와 관련된 공정거래법 관련 고시나 지침으로 중요한 것으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약칭 '공정거래법')에 직접 그 근거를 두고 있는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 및 하위법인 '하도급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하도급법') 및 그 시행령에 근거를 두고 있는 '하도급거래 공정화 지침' 및 이번에 발표된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가 있다.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 은 지식재산권의 행사가 공정거래법상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금지''부당한 공동행위금지''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사업자 단체의 금지행위' 등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지침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예를 들어 복수의 특허권자가 각각 보유하는 특허를 취합하여 상호간에 공동으로 실시하거나 또는 제3자에게 공동으로 실시하게 하는 협정인 특허풀(Patent Pool)에 대해서는 교섭비용의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특허풀이 상호간 보완관계가 아닌 대체관계에 있어 경쟁사업자 간의 부당한 공동행위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경우에 해당되거나, 일괄실시만 허용하고 독립실시는 금지하여 단독으로 실시되는 혁신적 기술의 시장가치를 부당하게 하락시킴에 의해 관련 시장에서 경쟁기술을 배제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하도급법'은 통상적으로 거래에 있어서 불리한 지위에 처하게 되는 하도급자에게 원사업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기술자료를 제공하게 하거나, 취득한 기술자료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하여 유용하여서는 아니됨을 규정하고 있고, '하도급거래 공정화 지침' 은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유용하는 것으로 보는 행위들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있는 데, 이번에 개정된 '하도급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대한 고시'에서는 '하도급법 위반행위가 중대하거나 파급효과가 큰 경우'에 '기술자료를 제공강요하거나 유용하는 경우'를 새롭게 포함시킴으로써 그러한 경우 원칙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기술의 개발 및 이용에 있어서의 올바른 경쟁질서가 국가 산업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크게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사료되며, 특히 '하도급 거래 공정화 지침'에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기술자료 요구 행위를 광범위하게 기술하고 있어, 많은 기술자료 요구 및 유용행위가 정당한 행위로 판단되어 법망을 피해 나갈 가능성이 높음을 감안할 때 더욱 더 그러하다.

다만, 과징금 부과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과징금 부과의 본래의 목적, 즉, 거래질서를 어지럽혀 부당이득을 취한 자로부터의 부당이득 환수 및 그러한 행위의 제재 기능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부당이득 환수 기능 및 제재기능은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부당이득 환수에 이르지 못하는 과징금의 부과는 실제로 그다지 제재적 기능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실제로기업들이 과징금을 일종의 '거래비용'으로 취급하고 있는 현재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과징금의 대상이 되는 특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그 '비용'이 '이익'보다 커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하도급법 시행령및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는 과징금의 금액을 정할 때, 해당 위반행위의 유형, 위반금액의 비율, 위반행위 유형의 수 및 위반 전력(前歷) 등 4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과징금 부과율을 정하고, 이를 상한금액(하도급대금의 2배)에 곱하여 산정하는 방식으로 과징금의 금액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기술의 유용의 경우 별도의 규정이 없어 그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 기술의 유용의 경우에는 하도급대금을 일응의 기준으로 삼기에 부적절할 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음에도 특별한 산정방식을 규정해 두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과징금의 산정시 특허, 실용신안, 영업비밀 등의 침해와 관련한 부당이득이나 손해배상의 산정방법을 참고하여 좀 더 실효성 있는 산정방법을 고안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위 법 영역들에서는 기술의 실시에 의한 손해배상, 부당이득의 산정법리 및 구체적인 산정방식들이 쌓여져 왔다. 이를 과징금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하여 적절히 변형, 적용한다면 보다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산정방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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